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얼마전만 해도 방탄소년단(BTS) '원맨' 회사였다. BTS의 전세계적 위상에도 BTS 외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었다. IPO까지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특히 BTS 멤버들은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입대하면 그룹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밸류에이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이런 가운데 하이브가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 슈퍼스타들이 속해있는 회사로 거래 규모만 1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순이익(2045억원)이 빅히트(861억원)보다 2배 이상 큰 회사다. BTS 멤버가 군대를 가더라도 ‘지속가능한 영업’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를 보며 국내 진단키트 제조사인 씨젠을 떠올렸다. 코스닥 시총 3위의 대장주다. 그동안 신약 개발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감수해 왔지만 코로나19가 반전의 계기로 작용했다. 작년 매출만 1조원을 넘기며 '돈 버는 바이오'의 전형을 보여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61.2%)도 셀트리온 대비 2배 가까이 높았다.
물론 불안감도 적지 않다.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 환자수가 감소할 경우 실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어쩌면 코로나19를 '테마'로 삼고 있는 상장 제약바이오업체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처한 것일 수도 있다. 거래소가 신규 상장하는 진단키트 업체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 매출'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씨젠은 국내외 제약바이오업체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전격적으로 내비치쳤다. IB 전문가, 홍보인력을 영입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쌓아둔 돈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600억원으로 웬만한 대형 제약사 이상이다. 현금화 가능한 채권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하이브와 씨젠이 업종은 다르지만 M&A라는 코드로 묘하게 이어지는 셈이다. 씨젠의 경우 아직 주가 부양을 위한 '블러핑(bluffing)'일 수도 있지만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데는 충분히 성공한 듯 하다. 사실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M&A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테마다. 대주주의 경영권 집착, 과도한 밸류에이션 이슈, IPO 쏠림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 씨젠 뿐만 아니라 다른 진단키트 업체들도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각오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풍제약이 M&A로 성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임상3상 문턱을 넘지못한 신라젠 대주주가 바뀔 예정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M&A는 비상장 바이오텍 오너들의 엑시트 기회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IPO로는 자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업계로 투자 영역을 넓혀가는 대기업이나 PEF들의 행보는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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