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덮친' 쿠팡, 아마존에 없는 '안전담당' 사내이사 배치 5월 김범석 의장 사임 후 유인종 부사장 선임, 의사결정 힘 실어줘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22 07:33:19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의 덕평물류센터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관련 내부통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하며 환경과 노동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어 최근 이사회에 안전 분야 총책임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을 실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커머스는 IT 플랫폼 기반 유통이라는 신성장사업으로 치부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물류와 배송이 완전 자동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의 노동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또 방대한 고객 및 상품 데이타를 보관하고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을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필연적으로 이커머스사업에서 근로자의 안전사고 및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선두주자인 아마존도 관련 이슈로 끊임없는 소송에 휘말리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아마존을 벤치마크한 쿠팡 역시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며 대비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주문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안전 및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준비태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소에 신고한 공시에도 환경 및 안전사고, 공정위 이슈 등을 심도깊게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다만 환경문제는 친환경, 안전문제는 근로환경 이슈로 각각 접근했다.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장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개선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근로자 노동이슈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쿠팡은 이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말 안전관리 전문가로 유인종 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와 박대식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장을 각각 안전 분야 부사장과 안전보건감사담당 전무로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었다.
유 부사장의 경우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에서 에버랜드의 안전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산업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정부가 주는 산업포상도 수상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명지대학교에서 재난안전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 전무는 1988년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이후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위험 예방 업무를 30년간 담당한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산업안전 전문가를 고위급으로 잇따라 영입하면서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쿠팡은 최근 관련 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5월 말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대표가 사임한 사내이사 빈자리에 유 부사장을 선임하면서다. 산업 안전 전문가를 사내이사로 앉히면서 모든 의사결정에 관련 분야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챙기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 사내이사 선임은 김 대표가 사임의사를 밝힌 지 불과 일주일만인 이달 11일 주주총회를 열어 확정됐다. 일련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아 김 대표의 사임은 쿠팡 실무에 필요한 인물을 주요 의사결정자로 올리기 위한 결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이사회 전열이 바뀐지 불과 일주일만에 덕평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김 대표의 사임 배경에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쿠팡의 벤치마크 대상인 아마존의 사례를 비춰볼 때 안전 관련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는 흔적이 엿보인다.
아마존의 경우 주요 경영진 가운데 안전 관련 임원이 단 한명도 없다.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외 6인의 주요 경영진은 각각 금융·재무·법률·글로벌·보안 담당임원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 역시 안전 관련 인물이 배치돼 있지 않다.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외 9인의 사외이사는 모두 IT 및 보안, 통신,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 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의 이사회 전열은 안전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의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안전 전문가인 유 부사장 외에도 공정거래 전문가인 김원준 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을 사외이사로 뒀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산업안전 및 환경 이슈가 워낙 자주 불거지는 업종이기 때문에 관련 문제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쿠팡은 지난달 말 김범석 대표가 사임하자마자 안전 전문가를 사내이사로 내세우는 등 나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