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철수]'P&A 아닌 영업양수도' 금융사들 참여 머뭇인력 흡수 등 매각조건 부담, 당국과 원활한 협의 고려 영향
손현지 기자공개 2021-06-29 07:46:18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4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데이터룸(VDR) 실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예상보다 금융사들의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업계에서 잠재인수자로 예상했던 대형 시중은행 상당수도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부채양수도(P&A)가 아닌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딜 구조가 짜여진 탓이 컸다는 후문이다.25일 한국씨티은행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WM사업 확장 차원에서 씨티의 능력있는 PB들을 그대로 영입해오길 원하는 대형 금융지주사 한 곳과 수도권 거점 확보를 위해 리테일 자산이 필요한 지방 금융지주사 정도가 이번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딜 참여율이 저조한 배경으로 '영업양수도' 매각 방식이 지목되고 있다. 영업양수도는 P&A 방식과 달리 영업권부터 각종 권리와 인력,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인수자 부담이 크다.
한 금융지주사 전략담당 고위 관계자는 "당초 씨티카드에 대해 매력적으로 판단했던 건 맞다"며 "그러나 계열사 수장들과 함께 씨티은행 소매금융사업부문의 인수 참여 적정성 여부를 논의한 뒤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고려할 점이 많았다"며 "단순히 자산과 부채만 인수하는 P&A 방식이면 추진해볼 만했지만 영업양수도 방식인 이상 영업권부터 직원 신분보장에 대한 의무까지 포함된 만큼 큰 이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영업양수도는 자산과 부채를 포함해 사업부문 전체에 대한 의무, 권리, 인력, 조직 등을 포괄적으로 이전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그야말로 원매자들이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사업 부문의 모든 권리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매각 방식이다. 과거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도 영업양수도 방식을 적용했다.
원매자 입장에선 단순히 씨티은행의 'VIP고객 자산'만 보고 뛰어들 수 없는 구조다. 앞으로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률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하고, 인수 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은행업 라이선스가 없는 저축은행 등은 애초부터 참여 요인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이와 달리 한국씨티은행 매각을 P&A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엔 원매자들의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P&A는 단순히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변경되는 거래 방식이다. 동일한 규모의 자산과 부채를 서로 계상해 사업만 넘기는 구조인 셈이다.
거래 대상에 포함되는 항목도 예수금, 담보대출채권, 지점 등으로 간단해진다. 이 경우 인수자들은 한국씨티은행 지점 인수에 따른 영업권 부담을 지지않아도 되고 인수를 대가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사실상 씨티그룹이 한국지역 철수에서 '매각 가격'을 중시했다면 원매자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 P&A방식이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양수도 전략으로 선회한 건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협의를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한국 사업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정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려면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협의가 우선 충족되야 한다. 국내 은행법 55조에 따르면 은행들의 합병·해산·폐업도 모두 금융위원회의 인가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한국씨티은행이 통매각과 분리매각을 추진할 경우 영업양도에 대한 인가요건을 검토하며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은행업폐업 인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국씨티은행과 씨티그룹 측에 최대한 국내 은행 산업 전반에 타격을 덜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철수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씨티은행도 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영업양수도에 무게를 두고 인수후보자들과 기본합의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영업양수도 매각방식은 P&A에 비해 고객들에게 피해가 덜 가는 철수전략으로 평가된다. 소매금융사업 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유지해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고 장기 투자 고객층이 두터운 씨티은행 입장에서는 PB 인력과 조직 운영 방식을 그대로 승계하는 게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당국 입장에서도 한국씨티은행 기존 고객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P&A' 매각 방식이 달가울 수 없다. 일명 '먹튀'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이 고용승계 부담을 지지 않는 P&A 방식을 수용할 리가 없다"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폐업 인가를 받는 일이 은행업 승인 인가를 받는 것 보다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 유명순 씨티은행장이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든 배경도 영업양수도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P&A 방식으로 딜을 진행하면 고용승계의 부담이 없다. 인수자들이 한국씨티은행 지점에 신규로 인력을 배치하더라도 임금테이블이나 고용조건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영업양수도의 경우 한국씨티은행 지점 인력이 계약당시 체결했던 연봉수준이나 고용조건을 맞춰줘야 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콜센터 직원들 조차 고연봉을 수령하는 정직원으로 구성돼 있을 만큼 인수 시 인력 승계에 대한 부담이 크다. 희망퇴직 결정은 인수자들의 고용승계 부담을 줄여 거래 성사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씨티그룹은 거래 성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향후 P&A로 매각 구조를 전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원매자들과 영업양수도 매각방식으로 협상이 불발될 경우 P&A방식으로 자산을 처분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정리해나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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