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팬데믹 적자생존기]'폐업·개관' 희비 갈리는 위기의 호텔업계②쉐라톤 등 강남권 특급호텔 잇단 매각, 대기업 계열 '해외 위탁운영' 생존 모색
김은 기자공개 2021-07-09 08:11:57
[편집자주]
위기는 기업의 진가를 드러낸다. 시장 재편과 맞물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딛고 서 있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든다. 준비된 기업은 '새판 짜기' 속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외형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거듭난다. 반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자생력을 잃고 퇴화하면서 시장에서 도태된다. 게임체인저가 된 코로나19로 승자와 패자가 갈린 업종별 소비재시장을 짚어보고 살아남은 업체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와 외국인 방문객 유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위기의 시간을 보내왔다. 극도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희비가 갈렸다. 신규 개관이 잇따른 가운데 일부에서는 도미노 폐업이 이어졌다.생존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와 글로벌 진출 등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부 폐업으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강남 5성급 특급호텔 도미노 폐업, 경영난 심화 매각 수순
올해 초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과 '르메르디앙' 등 서울 강남의 5성급 특급호텔이 연달아 문을 닫으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호텔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영구적으로 문을 닫은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체인 더랜드 컨소시엄이 인수해 대규모 주상복합 빌딩을 올리는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 대표 특급호텔인 르메르디앙 서울 역시 올해 2월 영업을 종료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강남권 호텔 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남권 첫 특급 호텔인 '신도림 쉐라톤디큐브시티'도 오피스 빌딩으로 바뀔 채비를 마쳤다.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팔렸다.
3성급 호텔인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관광호텔과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도 부동산개발컨소시엄에 인수된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밀레니엄힐튼호텔도 최근 매각설이 불거졌으나 소유주인 CDL(씨디엘)이 계획을 철회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됐다.
현재 강남 논현동의 글래드호텔, 홍대의 머큐어앰배서더호텔, 명동의 티마그랜드호텔 등도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호텔신라·호텔롯데' 공격 투자, 위탁운영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버텨낸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개관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기존 경영 비전대로 투자와 해외 진출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호텔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룸서비스 강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도입 등 '언택트' 서비스 확대와 '위탁운영' 등을 앞세워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위탁운영' 방식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호텔&레저부문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베트남에 이어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해외 10여곳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위탁 운영방식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 신호탄을 쏘고 '신라 모노그램'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베트남 다낭에 1호점을 개장하며 약 14년만에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장 이후 한달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영업이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사업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신규 호텔을 지속적으로 열 방침이다. 올해 부산 서부 지역에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 서부산’을 개관했으며 이후 앞으로 3년간 여수와 세종, 미국 새너제이 등에 신규 개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쟁사인 호텔롯데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미국 시애틀에 호텔을 개관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에는 비용 부담이 큰 직접 투자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위탁운영을 통한 '자산경량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재 베트남에 최상위 브랜드인 '시그니엘 하노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적극적인 호텔 브랜드 수출을 통해 현재 1만5000개 객실에서 5년뒤 3만 객실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롯데호텔월드를 33년 만에 리모델링하고 순차적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고층부부터 리뉴얼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2년 전체적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화·고급화된 객실로 탈바꿈시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8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고 독자 브랜드 확립을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여름까지 전국 호텔 수가 4개뿐이었으나 이후 그랜드조선 부산 개장을 시작으로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컬렉션, 그랜드조선 제주 등 4곳의 호텔을 모두 연달아 개관했다.
최근에는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을 공식 개관했다. 약 1년만에 호텔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은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옛 르네상스호텔 자리에 지상 36층 규모로 들어섰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100여년 헤리티지를 계승한 첫 번째 최상급 독자 브랜드 호텔로 꼽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달 양양에 서핑&힐링 콘셉트 호텔인 '브리드 바이 마티에'를 개관했다. 서핑의 메카 양양에 위치한 만큼 향후 다양한 해양스포츠 콘텐츠를 운영하며 MZ세대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 호텔에는 포르쉐 전기차 충전시설과 서핑숍 등을 설치했다. 서핑숍에는 서프코드가 입점해 다양한 의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고객에게 휴식을 넘어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심각한 경영난으로 대형 호텔 매각 사례가 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외국인과 내국인의 폭발적인 수요가 기대된다"라며 "각 기업들은 당장 수익성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했던 사업들을 추진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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