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IBK기업은행, 6.5조 규모 미국 소송 1심 승소 美대사관 폭파사건 피해자 사건, ‘불편한 법정 원칙’ 따라 각하

김규희 기자공개 2021-08-23 07:48:1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주 케냐·탄자니아 미국 대사관 연쇄폭파사건 피해자 및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으나 기업은행은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기업은행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정부은행(CBI) 명의 계좌로 실행한 사기적 처분을 무효화하고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원고들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에 휘말렸다.

원고들은 1998년 동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 및 탄자니아 미국 대사관 연쇄폭파사건의 피해자 및 희생자 유족들로 2014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이란 정부가 테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확정판결을 받고 이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업은행이 CBI 자산을 보관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원고에게 집행판결금액 또는 사기적으로 처분된 자산 상당액 중 적은 금액만큼을 금전적으로 손해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55억2109만달러(약 6조5011억원)로 기업은행 자기자본의 25.2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란 정부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 70억달러(8조2411억원)를 갖고 있다. 해당 자금은 지난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동결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원고들의 주장은 미국법상 근거가 없다”며 각하 판결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각하 판결은 소송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적법하지 않은 경우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미국 법원은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소송이 제기된 법원보다 다른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송을 각하하고 있다. 해당 사안은 미국에서 소송을 할 게 아니라 실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법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편한 법정'의 원칙은 지난 2015년 ‘땅콩회항’ 사건에도 적용된 원칙이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사건 발생지인 미국 법원에 냈다. 미국 법원은 사건 당사자와 주요 증인 등이 모두 한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은 미국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9일 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장에는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과 이에 수반된 모든 불리한 결정을 다시 한번 판단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은행은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는 소제기로 보고 있다. 미국법상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패소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확실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본건 소송 결과가 당행 재무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률대리인과 합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