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킨토시를 시험주행 해보시오'애플이 1980년대 TV 광고로 쓰던 카피문구다. 30년 전부터 자동차 청사진을 그렸던 것일까. 얼마전 취재원과 '애플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창업초기부터 구상해온 숙원사업이란 것을 알았다.
애플은 2014년부터 코드명 '타이탄', 극비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니밴과 흡사한 형태의 애플카(전기차)를 설계하는 미션으로 인력 1000명이 투입됐다. 자동차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대거 스카웃됐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만연했다.
LG가 애플카의 유력한 파트너 후보로 지목된 시점도 이 때부터다. 주목할 건 당시 두 기업간 어떠한 특별한 연결고리도 없었다는 점이다. 애플이 LG화학으로부터 가장 많은 배터리 물량을 납품받고 있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 또한 1위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차선책'에 불과했다. 애플로서는 경쟁구도에 놓이지 않은 LG와 손잡는 편이 더 나았다.
인력교류 등의 실질적인 협력 행보도 없었다. 거래접점을 근거로 전장사업까지 파트너십을 장담하긴 어렵다. A브랜드 피자를 자주 시켜먹었다고 해서 새로 생긴 B브랜드 피자를 안먹어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정말 애플이 우선순위로 접촉한 건 LG가 아니었다. 완성차 업계였다. 자체생산을 위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닉산 등과 협력을 타진했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플랜B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이폰을 폭스콘(Foxconn)을 통해 위탁생산하듯 외주생산을 맡길 파트너사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또다시 시선은 LG로 쏠렸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해왔고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중소형OLED를 납품하며 관계를 맺은 점이 부각됐다. 이미 기정 사실화된 듯 증권시장에서도 LG전자, LG이노텍 등 주가가 줄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말도 안된다며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딱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선택권은 LG로 넘어간 듯 싶다. 애플과의 공조, 경쟁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구광모 회장은 삼성, SK 등 어느 총수들보다 전장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차량용 헤드렘프 ZKW를 인수하고 올들어선 세계 3대 차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LG마그나)까지 설립했다. 마그나는 7년 전 애플카 구상 초기 시절부터 협력 인연을 이어온 기업이다. 통상 전기차 생산 준비 기간은 약 3년 정도 걸린다. 애플이 애플카 공개시점을 2024~2025년으로 잡았다는 점이 이번 합작 시점과 꼭 맞아 떨어진다.
LG는 애플의 강점인 '혁신' 이미지가 필요하다. 애플은 오랜 숙원사업 마침표를 위한 파트너가 절실하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가고 있든 두 기업의 파트너십 구축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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