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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달고나게임'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08 15:28:48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탈락이 곧 죽음'인 여섯개의 게임 모두가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몰입도가 가장 높은 건 '달고나'다. 바늘에 침을 묻혀 우산모양 테두리를 찔러대는 기훈(이정재)과 1초씩 줄어드는 시계를 번갈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초긴장 상태가 된다.

기훈이 떨어진 땀에서 힌트를 얻어 달고나 뒷면을 핥기 시작하는 순간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깔끔하게 분리된 우산을 똑똑히 보고나서야 겨우 편히 숨을 내쉬었다. 유튜브에 달고나를 만드는 영상이 가득하고 아마존에선 '달고나 키트'가 불티나게 팔린단다. 나 말고도 깊은 인상을 받은 이가 많은 듯 하다.

이 장면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하면 된다'다. 주인공은 죽을 힘을 다해 애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았다. 노력과 끈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다.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유효하다. 이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접전지 미국에서 '최고의 안전성'을 인정받는 현대차그룹의 모습으로도 증명된다.

제네시스는 최근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의 안전성 평가에서 모든 차종이 최고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획득했다. 전 라인업이 TSP+를 받은 럭셔리 브랜드는 제네시스가 유일하다.

올 초엔 현대차 7개, 기아 8개, 제네시스 2개 등 17개 차종이 TSP+와 바로 아래단계인 TSP를 받았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명단에 오른 차종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차가 안전하다는 건 디폴트값이다. GV80이 타이거 우즈의 생명을 지킨 사례도 있지 않은가.

미국시장에 첫 발을 들인 35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1985년 처음 출시한 차는 엑셀이다. 나름 신경써서 준비했지만 미국인들의 눈높이엔 한참 못미쳤다. 서로의 기준 자체가 달랐던 탓이다. 당시 현대차가 앞세운 건 가격. 싼값에 만만한 소형차를 사려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그런데 웬걸, 가격 메리트가 '반짝'하더니 사라졌다. 주요 부품이 급격히 노후화되고 시도때도 없이 고장나는 등 제품의 실체가 드러나면서다.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갑자기 멈춰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잦았다. 현대차가 '깡통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 바로 이때다. 업계 관계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조롱도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택한 건 정면돌파.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전사가 품질에 매달렸다. 생존과 글로벌시장 장악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기본'이란 판단에서다.

이는 현재의 모습이 저절로 갖춰진 게 아니라는 의미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쉼없이 달고나를 핥고 바늘로 찔러 이뤄낸 결과다. 정주영 창업주에서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품질과 안전에 대한 고집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기훈처럼 살아남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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