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가치 창출 기업 발굴 귀재, 'ICT 트렌드세터' 이종혁 크릿벤처스 이사크몽·MGRV·자비스앤빌런즈 등 투자, 잠재 유니콘 발굴 혜안 특출
양용비 기자공개 2021-10-14 07:23:14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대한 투자가의 생각은 늘 미래를 향해 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는 눈을 가졌다. 현재를 거울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셈이다.이런 측면에서 이종혁 크릿벤처스 이사(사진)는 위대한 투자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했다.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통해 미래를 구상하는 만큼 트렌디한 감각과 빼어난 통찰력을 지닌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성장스토리 : AT커니 컨설턴트에서 ICT 전문 투자가로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04학번인 이 이사가 컨설턴트로 활약한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AT커니의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부상할 만한 영역을 발굴해 전략을 구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모든 산업 영역의 10년 후 모습을 예측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며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던 시기였다. 이와 맞물려 AI 스타트업 투자 전략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그는 미래 트렌드 분석과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던 업무를 진행했다. 10년 뒤 세상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시대와 세계에 눈을 뜬 시기였다.
이 이사는 “AT커니에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며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문을 두드렸지만 당시엔 연이 닿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AT커니를 거쳐 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시기는 이지스자산운용에 입사하면서부터다. 2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투자, 1조5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는 다음 직장인 NH아문디투자운용에서도 지속했다. 투자와 펀드 운용을 연마하면서 꾸준히 10년 뒤 미래를 생각했다.
그는 “벤처 투자를 동경해 왔던 만큼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도전한 끝에 HB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이 이사가 기본이 탄탄한 심사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고향이나 다름없다. 블라인드 펀드의 결성 작업에 참여하면서 심사역으로서 내공을 하나씩 축적해 나갔다. 크몽과 MGRV, 자비스앤빌런즈, 어니스트펀드 등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이 이사는 올해 9월 게임빌 계열의 벤처캐피탈인 크릿벤처스에 합류해 새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ICT 분야를 필두로 유망 기업을 두루 살피면서 벤처생태계의 키다리아저씨가 되겠다는 포부다.
◇투자 철학 : 가치 창출이 곧 수요
이 이사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향후 모든 산업을 주도할 거라고 확신한다. 일자리 부족, 주거 문제 부족 등의 사회 문제에는 항상 ‘창출’ 또는 ‘해결’이라는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성장잠재력도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크몽과 MGRV는 그의 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포트폴리오다.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크몽은 재능을 팔려는 프리랜서와 이를 구매하려는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특정 기술이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유주택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인 MGRV도 마찬가지다. 코리빙(Co-Living)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는 도심 속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공헌하고 있다.
이 이사는 “MZ세대가 개성이 강할 뿐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 창출 기업을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1 : 긱 이노코미의 진수, 크몽
크몽은 2013년 6월 박현호 대표가 창업한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 기업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프리랜서(판매자)와 특정 업무가 필요한 기업·기관(구매자)을 주선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프리랜서 근로 형태 확산)가 노동 시장의 트렌드가 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프리랜서 아웃소싱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한 플랫폼이 크몽이다. 기존 프리랜서들은 전문성을 상품화하기 어려웠고 일감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역량 있는 프리랜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크몽은 전문화되고 희소성있는 프리랜서를 확보해 기존 아웃소싱 시장의 약점을 보완했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플랫폼 내에서 물건을 쇼핑하듯 프리랜서 비교 구매가 가능해져 역량 있는 인력 확보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긱 이노코미는 이 이사가 오래전부터 주목하던 시장이었다. AT커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할 당시 프리랜서 전문가를 고용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경험을 살려 관련 기업을 꾸준히 물색해 왔다. 그러던 중 포착된 기업이 크몽이었다.
이 이사는 “크몽은 사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기업이라고 판단했다”며 “크몽에 투자하기 위해 수개월간 공을 들인 끝에 여유자금이 필요한 지난해 9월 단독라운드로 실탄을 지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크몽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던 이 이사의 혜안은 빛을 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침체되면서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곧바로 해소가 되면서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트랙레코드2 : 청년 주거 문제 해결사, MGRV
이 이사는 창업 경험을 가진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직접 경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공동 창업자로서 공유 주거 사업을 진행했던 때가 있었다. 결과적으론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실패의 쓰디 쓴 맛을 봤다.
실패의 원인은 공유 주거 대형화에 있었다. 공유 주거 형태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많은 인원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공유 주거의 대형화는 풀지 못하는 숙제였다. 공유 주거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한 심사역인 만큼 대형화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업은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대형화된 공유 주거지에 살면 각자의 개성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활발히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동안 청년 주거의 문제는 고비용 저퀄리티의 문제였는데 MGRV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고 대형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MGRV는 2018년 임팩트 투자회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이다. 이 이사는 지난해 초 MGRV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MGRV가 공유주거의 대형화라는 청사진을 갖고 있어 더욱 주목했던 기업이었다.
이 이사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청년 주거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공유주거 형태를 대형화 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MGRV 시리즈B 라운드에 망설임 없이 투자했다. 올해 1월 150억원 규모로 진행된 시리즈B 라운드에서 이 이사는 투자사 8곳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곧 시장의 수요라는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사례였다.
◇업계 평가 : ‘잠재 유니콘 혜안+폭 넓은 네트워크’ 강점
HB인베스트먼트의 임준기 투자관리본부장은 수년 간 이 이사와 동고동락한 사이다. 그는 이 이사에 대해 트렌디한 통찰력을 보유한 심사역이라고 평가한다. 시니어 심사역과는 다른 시각으로 스타트업들을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특색이 뚜렷한 잠재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능력이 특출나다”며 “ICT 분야 투자의 차세대 리더가 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LP 뿐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 걸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 스타트업 과제 해결 ‘커넥터’ 목표
스타트업에 도움을 주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여러 유형이 있다. 남다른 통찰력으로 스타트업에 영감을 주는 심사역이 있다. 여기에 수많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벤처캐피탈리스트도 있다. 후자는 스타트업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넥터’형 심사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사는 두 가지 모두를 겸비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지향한다. 투자로 인연을 맺은 이후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와 산업 관계자,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커넥터형 심사역을 꿈꾼다.
그는 “컨설턴트, 펀드매니저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산업별 수많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며 “네트워크를 활용해 포트폴리오사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커넥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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