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최고 덕목으로 삼는다.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최대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다만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기획과 전략이 중요하다. 이 자원을 어떻게 쓸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익이 날지 고민하고 큰 그림을 짜는 사람이 바로 '최고경영자(CEO)'다.코스닥 상장사 '이엠코리아'의 수장은 강삼수 회장이다. 강 회장은 이엠코리아 그 자체나 다름없다. 2003년 직접 회사를 차렸고 이후 국내 대표 공작기계 전문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물론 보유 주식도 가장 많다.
회장, 대표이사, 창업주, 최대주주 외에 강 회장과 이엠코리아를 잇는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최고액 채무자' 타이틀이다.
강 회장은 2019년 말부터 내부 곳간에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당시는 이엠코리아가 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목돈이 들어온 시기였다. 자금 운용에 여유가 생긴 시점에 총 49억원을 대여받았다.
이후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냈다. 그러다 올해 2분기 들어 3억원을 더 빌리면서 대여금 잔액이 52억원으로 늘었다. 4%였던 이자율이 3%로 낮아지자 대여 총액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개인 자금사정이 팍팍하지만은 않았다. 수소충전소 사업 진출과 그린 뉴딜 등 호재성 이슈로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주식을 팔았다. 최근 3년 간 회수 금액만 224억원에 달했다.
큰 돈을 쓸 때도 있었다. CB 콜옵션을 확보한 뒤 싸게 신주를 살 기회가 열리자 96억원을 투입했다. 지배력을 회복하고도 여유 자금이 남았지만 빌린 돈을 갚진 않았다.
강 회장의 세세한 자금 사정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엠코리아가 52억원을 빌려줌으로써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자금이다. 자본금의 20%, 작년 영업이익의 9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사외이사와 감사 등 경영 감시자들도 모두 동의한 사안이다. 52억원으로 다른 사업을 하는 것보다 연 3~4%씩 이자를 받는 것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정말로 그 기간 특별히 목돈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상환 독촉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한 자본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단발성은 이해가 되지만 2년간 자금 대여를 하고 있다는 점, 강 회장 외에 대여를 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없다는 점, 시중 금리와 달리 이자율이 낮아진 점 등 색안경을 끼고 볼 소지들이 너무 많다.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강 회장은 이엠코리아의 1인자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52억원의 기회비용이 아깝지 않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은 진짜 기회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돈 앞에 냉정하라. 기업의 또 다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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