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신한은행, '크레딧·금리·ESG'로 기후채권 '포문' 열었다올해 시중 은행 첫 외화 후순위채…ESG 채권 차별화로 투심 겨냥
김지원 기자공개 2022-04-12 07:15: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기후채권(Climate Bond)을 발행했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 예고에 따른 변동성을 극복하고 빠른 속도로 주문을 모아 5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신한은행의 높은 크레딧, 후순위채의 고금리 메리트, 기후채권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삼박자가 흥행을 뒷받침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기후채권 발행에 과감히 도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의 새 활로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高신용·高금리에 발행액 4배 넘는 주문
신한은행은 이달 13일(납입일 기준)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트랜치는 10년물 고정금리부채권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미국 국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차가 축소된 시기를 틈타 10년물 발행을 결정했다. 별도의 콜옵션 조건은 없다.
신한은행은 6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북빌딩을 마친 결과 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 한국물 시장에 등장한 발행사 가운데 모집액의 4배 넘는 주문을 모은 건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BNP파리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크레디트스위스, HSBC, JP모간이 딜을 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북러너가 아닌 조인트 리드 매니저 자격으로 딜에 참여했다.
북빌딩 과정에서 최대 26억달러 이상의 주문을 받는 등 탄탄한 투심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 연준이 5월 빅스텝을 단행할 거란 전망이 짙어지며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신한은행의 오버부킹에는 무리가 없었다. 북빌딩 전 선주문에서만 발행 사이즈를 넘는 금액이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최종적으로 발행 금액을 뛰어넘는 수요를 모은 것은 물론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스프레드를 40bp가량 절감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이번 발행 스프레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10T)에 18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앞서 제시한 IPG는 10T+225bp였다.
신한은행의 높은 크레딧과 후순위채의 매력적인 금리가 흥행에 주효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시중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의 크레딧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안전한 투자처로 인정받고 있는 신한은행에 10T+225bp라는 고금리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메리트로 작용했다. 이번 후순위채의 쿠폰금리는 4.375%로 정해졌다.
신한은행은 무디스, S&P, 피치로부터 Aa3, A+, A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다만 이번 후순위채는 상환 후순위성 등으로 기존 등급보다 2~4노치 낮은 Baa1, BBB+, BBB+로 평가받았다.
한국계 시중 은행이 발행하는 오랜만의 후순위채라는 점도 수요 확보에 도움이 됐다. 2020년 10월 국민은행이 5억달러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물 시장에서 1년 넘게 외화 후순위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한화생명이 1월에 7.5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이 전부다.
◇CBI 인증으로 기후채권 허들 통과 '거뜬'
신한은행은 이번 후순위채를 기후채권으로 구성해 ESG 메리트를 한층 더 부각했다. 기후채권은 그린본드(Green Bond)의 종류 중 하나다. 자금의 사용처가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 등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린본드의 성격이 더 짙다. 국제기후채권기구(CBI)의 사전 인증이 필요한 만큼 그린본드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채권으로 통한다. 신한은행은 CBI로부터 올해 3월 22일 기후 채권 인증을 받았다.
특히 기후채권은 기존 그린본드와 달리 자금이 사용되는 프로젝트를 미리 지정해야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그린본드의 경우 발행사가 설정한 ESG 프레임워크 내에서 자금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워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ESG 채권 발행이 일반화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차별화를 꾀하고자 기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최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ESG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후채권의 경우 사전 인증을 거치기 때문에 다크 그린(Dark Green) 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높을 거란 신한은행의 예상은 적중했다. 국내 첫 기후채권인 만큼 시장의 관심도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1~1일 진행된 인베스터 콜에서 일반 채권이 아닌 기후채권으로 발행하는 이유, 기후채권의 구체적인 사용처 등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스틱(Sustainalistic)이 이번 기후채권에 SPO(Second-Party Opinion)를 제공했다. 서스테이널리스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해당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2050 넷제로 정책에 기여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과 GTX-A 사업에 필요한 자금 재융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ESG 채권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발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국내 시중 은행 중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한 이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ESG 채권을 발행해오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이번 후순위채는 신한은행이 10번째로 발행한 ESG 채권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후채권의 경우 사전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만큼, 적격자산이나 프로젝트가 확인되면 추가 발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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