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시스템즈 '자산가치 고평가' 왜곡 해소 될까 [동원산업·동원엔터 흡수합병 쟁점]동원엔터프라이즈 핵심 자회사 PBR 2.6배, 기준시가 원칙 ‘객관적 가치’ 반영 노력
박규석 기자공개 2022-04-27 07:28:31
[편집자주]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 체제가 경영효율성 명목으로 개편에 돌입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모기업이자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거래가 핵심이다. 하지만 합병 결의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법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합병가액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합병가액 산정을 위한 자산가치 평가 과정에서 소멸법인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자회사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핵심이다. 동원그룹은 객관적 가치를 반영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소액주주와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동원그룹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 산출 기준을 ‘별도재무재표’로 설정했다. 동원그룹이 별도재무재표를 활용한 이유는 관련 법령을 따른 것으로 합병가액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증발공)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산가치 등을 평가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기업들은 모두 투자자산으로 분류됐다. 이후 종속기업 중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동원에프앤비, 동원시스템즈 등 3곳이 기준시가를 적용했고 비상장사인 동원건설산업과 동원부산커테이너터미널 2곳은 공정가치를 적용해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회사의 자산평가에서 동원시스템즈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산출되면서 촉발됐다. 기준시가를 위한 평가기준일 등이 동원시스템즈에 유리하게 작용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2.6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은 이번 합병이 동원시스템즈에 유리한 조건으로 설정됐다고 주장한다. 종속기업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동원시스템즈의 평가 금액이 커지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산가치가 자연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평가 조정이 반영되지 않은 동원시스템즈의 장부가는 1조544억원 규모로 이는 동원에프앤비 등 종속기업들의 장부가 총액인 2조1390억원의 49% 수준이다.
또한 소액주주 등은 동원시스템즈의 주가를 순수한 기업 가치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동원시스템즈가 2차전지용 캔 제조업체인 엠케이씨(MKC)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주가가 고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소재 사업이 재계에서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엠케이씨 흡수에 따른 기대심리 등이 반영돼 당시 주가를 순수한 기업 가치로 보기 힘들다는 주자장이다.
이러한 합병가액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등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증발공이 개정되면서 연결재무제표로도 자산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게 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회사들은 투자자산으로 반영되지 않고 장부가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본으로 합산된다. 기준시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종속회사들의 PBR은 대략 1배로 재설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연결재무제표를 활용할 경우 동원시스템즈의 고평가로 인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의 왜곡이 사라진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동원산업 역시 자회사 등의 가치 재평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합병가액이 합리적으로 재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의 외부평가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동원시스템즈의 자산가치 평가에 관해 기준시가 원칙에 따라 ‘객관적 가치’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주가는 재무상황과 사업전망, 자산내용 등에 따라 투자자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가치가 반영되는 만큼 객관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역시 자산가치 등은 대부분이 종속기업투자주식의 시가로 반영되어 있어 산출된 합병가액과 비율은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총자산의 93%가 상장사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동원F&B의 지분이 74.38%로 가장 높으며 동원시스템즈와 동원산업은 각각 70.56%와 62.72%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본질적 가치 대부분이 종속기업 주식의 시가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합병비율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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