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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하이텍, 삼성이 점찍은 폐배터리 재활용 대표주자 [첨단전략산업 리포트]반도체·2차전지 전문PEF BNW인베도 투자…헝가리 등 해외사업장 확보 강점

김혜란 기자공개 2022-05-13 09:17:44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중 상장사는 아직 없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성일하이텍이 조만간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첫 사례가 된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규모의 경제나 기술력, 노하우, 생산능력(CAPA,캐파)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는다. 10년 이상 업력이 쌓인 데다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모여있는 헝가리와 폴란드, 중국 등에 사업장을 구축하고 있단 점이 강점이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7월 중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 전망인데, 성일하이텍의 성공적 상장은 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SDI, BNW가 투자, 성일하이텍은 어떤 회사?

성일하이텍은 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와 중국의 GEM(거린메이), 화유코발트, 브룬프(Brunp)와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2000년 이강명 대표가 창업할 땐 귀금속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2008년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 개발에 뛰어들어 2011년 공장을 가동하면서 사업 구조가 바뀌었다. 시장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덕에 오늘날의 입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성일하이텍은 전기차와 휴대폰과 정보통신(IT) 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공구 등 전자폐기물에서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전기차 등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해체한 뒤 열처리, 파분쇄, 침출, 여과 등의 고정을 거쳐 코발트와 니켈, 리튬, 망간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를 용매로 다시 추출해 양극재 기업이나 합금, 타이어코드 생산 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 양은 많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이나 스크랩(파쇄 폐기물)이 많아졌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삼성물산과 현대글로비스 등으로부터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있다.

이 중 삼성SDI와의 거래 물량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삼성SDI는 양극재 생산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에서 양극재를 조달하는데, 성일하이텍이 원재료를 추출한 뒤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하는 식으로 밸류체인이 구축돼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재활용 소재로 생산한 양극재는 삼성SDI가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가 된다.

삼성과는 주주관계로도 엮여있다. 삼성물산이 성일하이텍 지분 6.33%를 직접 쥐고 있다. 삼성SDI도 삼성벤처투자(지분 11.50% 확보)를 통해 투자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와 2차전지 기업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BNW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여러 재무적 투자자(FI)가 주주로 있다. BNW인베스트먼트는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한 뒤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을 지원해 성공적인 회수 성과를 낸 운용사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벤처펀드 자금이 투입됐단 건 폐배터리 재활용이 서플라이체인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국내에선 성일하이텍 같이 의미 있는 매출과 이익을 내는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 아직 없고, 배터리 재활용 전문사를 표방하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아직 공장도 없거나 이제 막 전환을 준비 중인 단계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뜨거운 SI·FI의 러브콜, 투자 유치로 글로벌 거점 완성

성일하이텍의 최대 강점은 본사인 전북 군산 외에도 헝가리와 폴란드,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에 해외 사업장을 확보하고 있단 점이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폐배터리 확보다. 아직은 전기차 시장이 큰 상태가 아니라 폐배터리 물량을 충분히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해외에 사업장을 여러 군데 확보하고 있어 물량 확보에 유리하다.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외 배터리셀 생산업체에서 배터리를 만들다 남은 폐기물인 스크랩과 불량품을 바로 받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리콜된 차의 배터리를 입찰받아 배터리 팩 형태로 들여오기도 한다. 중국과 미국, 호주, 유럽 등 전동공구용 배터리 회수 물량도 꽤 된다.
성일하이텍이 습식제련 공정을 통해 추출하는 양극재 소재(자료:성일하이텍 홈페이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에 달렸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와 해외에 공장 수를 계속 늘려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설은 삼성과 FI 자금을 유치한 덕에 가능했다. BNW인베스트먼트 등 FI 자금을 유치한 시점은 2019년이다. 투자금을 활용해 2020년 4월 군산 2공장(G2) 증설, 작년 7월 헝가리 2공장 완공(연간 5만톤 분량 배터리 재활용 가능) 등을 해냈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라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보기 어려우나, 2025년 이후 폐배터리 배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해외 사업장과 대규모 생산공장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선제적 투자다. 특히 헝가리에는 배터리 3사 외에 아우디, BMW 등 전기차 제조사가 밀집해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해외 사업장에서는 공장 불량품이나 배터리 팩을 수거해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전처리 공정까지만 담당한다. 후처리 공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소재를 추출하는 작업은 국내에서만 이뤄진다.

군산 2공장은 2020년 지어졌으나 시가동을 거쳐 공장이 풀캐파로 돌아가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부터다. 지난해 연결회계기준 매출 1473억원으로 전년(659억원) 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 169억원으로 흑자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신공장 가동 효과 덕이다. 앞으로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군산 3공장과 헝가리 3공장 증설, 독일과 미국, 폴란드 사업장 확보 등에 나선다는 게 회사의 그림이다.

전기차 시장이 팽창할수록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국제 광물 가격은 변동성이 심한 탓에 재활용은 원료 확보의 중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앞선 관계자는 "앞으로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성일하이텍은 이미 규모의 경제와 노하우 등에서 앞서 있는 데다 상장으로 투자 실탄을 손에 쥐는 만큼 경쟁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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