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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IPO를 서둘렀다면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22-07-25 12:55:0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했다. 더이상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나선 세 번째 도전도 얼어붙은 시황 탓에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시황과 상관없이 최소 8조원 밸류를 무조건 확정해야 하는 딜이 흥행에 성공할 확률은 애초부터 낮았다.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 없었다면 이번처럼 공모를 시작하기 전에 철회를 결정한 것이 차라리 현명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연이은 고배는 자본시장 발전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세 번의 철회로 소위 '양치기 소년'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타이밍이 더욱 아쉽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상장을 재작년부터 준비했다. 2020년과 2021년은 국내 IPO 시장에 유례없는 유동성이 넘쳐나던 역대급 전성기였다. 만약 IPO 절차를 서둘러 2021년 하반기에라도 공모에 나섰다면 8조원 이상의 밸류를 확정하며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진행 경과는 지지부진했고 이로 인해 예비심사 청구는 호황의 끝자락인 2021년 12월에서야 이뤄졌다. 수요예측만 하면 공모가 상단과 따상이 보장되던 전성기는 그로부터 한달 후 1경5000조원을 모은 LG에너지솔루션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많은 전문가가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은 이유를 유가에서 찾는다. 정유사의 펀더멘탈을 좌우하는 유가는 2020년과 2021년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외면한 채 공모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비심사 승인 시점이 2022년 6월 말까지 미뤄진 덕분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 사이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마치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준비를 마쳤으나 정작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불운한 상황과 마주했다. 결과론이지만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오일뱅크는 앞으로 시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상장 재도전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다만 금리와 물가를 비롯한 여러 실물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향후 1~2년 안에 공모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의 철회 이력을 가진 기업의 IPO를 선뜻 주관할 증권사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언젠가 도전할 3전 4기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경영진이 원하는 가격을 배제한 객관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밸류를 제시한 후 투자자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원칙을 지킨다면 시황에 상관없이 증시 입성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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