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넷플릭스 이어 구글까지...통신사와 충돌하는 美 빅테크 [망 이용대가 동상이몽]①과거 페이스북 동영상 끊김 사태 이후 망 사용료 지급, 양대 OTT는 거부
이장준 기자공개 2022-10-21 10:15:56
[편집자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소송전을 벌인 데 이어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구글이 유튜버와 고객의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여론전을 펼치자 통신사도 반격에 나섰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상이한 양측의 입장을 짚어보고 배경과 영향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08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망 무임승차'와 '망 중립성 훼손'. 망 이용대가를 놓고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사용하는 용어만 봐도 입장 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페이스북(현 메타) 동영상 끊김 사태부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정 공방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구글이 여기 반대해 여론전을 펼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를 계기로 통신사와 미국 빅테크 간 상호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CP 망 이용대가 거부 시 시사점 던진 '페이스북 사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017년 8월부터 페이스북의 전기통신법상 이용자이익 저해행위 등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했다. 이듬해 3월 시정명령과 함께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했다.
페이스북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들의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한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이익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과거 페이스북은 통신사 가운데 KT에 직접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전용회선을 연결해 서비스를 영위해왔다. SK브로드밴드는 홍콩 페이스북 서버를 통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를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가입자가 늘고 트래픽이 증가하자 캐시서버를 운영하는 KT가 다른 두 ISP에 내는 지급하는 정산 비용이 커졌다. 이에 페이스북은 추가로 망 이용대가를 내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2016년 12월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2017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가 접속경로를 홍콩·미국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의 페이스북 서비스 이용이 상당히 느려졌다는 데 있다. 양사의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는 각각 4.5배, 2.4배씩 느려졌다. 접속 및 동영상 재생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페이스북은 결국 2017년 10~11월 경로를 원상 복귀시켰다.

중요한 점은 이 해프닝 이후 페이스북이 KT 외 ISP에도 캐시서버와 전용회선을 연결하고 망 이용대가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정부와 마찰을 피하고 한국 서비스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현재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처럼 이용하는 트래픽에 걸맞은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페이스북 측이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를 거두긴 했다. 다만 접속경로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제한으로 볼 수 없고 이용자 이익 저하 수준도 높지 않아 과징금이 과도한 만큼 행정 제재를 취소하는 게 핵심이다.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부정한 건 아니다. 관련 소송 3심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사태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회피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만약 넷플릭스나 구글이 전용망 대신 일반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동영상 품질이 떨어지거나 고객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B, 14차례 걸쳐 망 사용료 요구…넷플릭스, 방통위 중재 나서자 소송전 돌입
망 이용대가 지급을 놓고 본격적으로 국내 ISP와 글로벌 CP가 충돌한 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전을 벌이면서부터다.
"SKB는 콜로케이션 서비스 비용(공간, 망 연결, 전력 등)을 부과할 것이다. 일본,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부터 스트리밍될 경우 품질 보증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고, 이 경우에도 국제 트래픽과 관련된 비용 우려가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015년 10월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고 그로부터 3년 후인 2018년 넷플릭스가 망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에 넷플릭스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넷플릭스는 이 역시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자 SK브로드밴드는 결국 2019년 방통위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기소했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게 골자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넷플릭스의 패소를 선고했다. 다음 달 넷플릭스는 항소를 제기했는데 SK브로드밴드 측에서도 반소하며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현재는 2심을 진행 중인데 지난 12일 6차 변론을 마쳤다.

◇국회 입법 추진 맞서 구글 여론전 공세…눈치 보는 정치권
망 이용대가 전쟁은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망사용료법 공청회'를 기점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작성한 유튜브 한국 공식 블로그에 망 이용료 법안에 대한 글을 작성했다.
그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창작 커뮤니티는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들이 지난 몇 년간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이미 지난 10년간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22억달러(약 3조537억원)를 투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한국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CP에게 콘텐츠에 대한 추가 요금을 부과해 이중 부담을 지운다고 비판했다. 결국 CP와 생태계를 같이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고 유튜브가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본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구글 유튜브는 망 사용료 법안에 반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Open Net)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을 요청했다.
오픈넷은 "망 이용에 요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정보에 접근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통신사의 주머니는 두둑해지겠지만 시민들의 삶은 불가피하게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21대 국회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다룬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7개가 대표 발의돼 있다. 여야 모두 발의한 만큼 세부 사안을 조정해 통과가 유력시됐지만 최근 일부 여론이 악화하자 국회에서도 입법 추진을 앞두고 신중해진 모양새다.
통신사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주도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통신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구글 등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찬반 논의와 별개로 거짓 정보를 유포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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