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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IR담당자 휴대폰 번호가 궁금하다면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2-11-08 09:12:18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4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도 한국의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비슷한 에드거(EDGAR: Electronic Data Gathering, Analysis, Retrieval)라는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70년 통합 공시 제도를 만들고 공시시스템 에드거를 도입했다. 8-K(수시보고서), 10-K(연간 사업보고서), 10-Q(분기보고서), SC 13G(5% 이상 지분공시), Form 3(10% 이상 주주의 지분 변동 공시) 등 다트와 비슷하게 상장기업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느낀다. 깊이와 폭에서 다트는 에드거를 따라갈 수 없다. 최근 진행된 네이버의 미국 포쉬마크 인수가 대표적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국내 기업인 네이버보다 미국 상장 기업인 포쉬마크의 공시가 훨씬 더 다채롭고 깊이가 있다.

일례로 다트 기준으로 알 수 있는 공시 자료는 네이버가 10월4일자에 공시한 '유상증자결정'과 '타인에대한채무보증결정', '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취득결정'이 전부다. 그러나 에드가 기준으로는 같은 날 8개의 공시 문서가 올라왔고 이튿날인 10월5일에도 관련 공시 문서 2개가 올라왔다.

하나는 포쉬마크 대표의 미국 경제방송 인터뷰 전문, 다른 하나는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포쉬마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네이버는 공개하지도 않은 자사 대표의 편지 내용이 미국 공시에는 버젓이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건도 대표적인 비교 사례다. 미국 상장 기업인 하만은 2016년 11월14 Current report(최신 보고서)를 시작으로 합병 완료까지 11건을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3건에 불과했다. 공시 횟수보다 중요한 점은 내용이다.

양측의 계약 당사자가 확인된 인수 계약서를 첨부한 것은 물론이고 하만 CEO인 디네시 팔리월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직원을 위한 FAQ, IR PT 자료와 컨퍼런스콜 스크립트(손영권 삼성전자 CSO 포함)까지 공개했다.

2016년 12월12월 의결권 위임장 공시(Preliminary proxy statements relating to merger or acquisition)에서는 합병 효과, 합병 배경, 합병 사유, 재무 분석, 예상 재무 정보, 자금 조달, 합병과 이사·집행임원 이해관계, 연방 소득세 결과, 규제 승인, 지분 보상 처리, 준거법 등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합병 배경에는 M&A 논의 첫 시작부터 날짜별로 삼성전자의 누구를 만나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특히 인수가격 협상 과정도 공개해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간략하게 요약된 하만 인수 거래 구조와 인수 가격 등만 담겨있는 삼성전자의 공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나 네이버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들도 불친절하긴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나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최근 눈길을 끄는 빅딜에서도 미국 에드거처럼 친절하고 상세하게 공시를 한 사례는 없다. 대부분 간략한 인수 구조와 거래 금액 등만 담겨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공시 제도를 확립한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물론 어려움이 있다. 법률이나 규정의 차이도 존재한다. 다만 미국은 정보를 공개할수록 제공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이롭다는 확신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가능하면 정보를 숨기는게 이득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의 기밀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CFO들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CFO들은 기업에 대한 현황 뿐 아니라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구글에서 미국 주요 기업의 CFO 코멘트를 치면 수없이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LG가 CFO 직책을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CFO들의 공개 발언은 컨퍼런스콜 외에는 들어보기 힘든 상황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입장을 공개하는 것을 오너에 대한 불충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참고로 네이버 IR 담당자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미국 포쉬마크 공시에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하지만 다트에 있는 네이버 공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게 투자자를 대하는 우리 기업들의 태도다. 상징적이다.

정보를 감추는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문화와 나눌수록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 가운데 어디서 경제 활동을, 투자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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