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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약물로 보는 K-신약 개발]'PARP 억제제, 내성 극복 연구'...국내 제약사에도 기회 열렸다김희승 서울대병원 교수

홍숙 기자공개 2023-02-02 13:25:52

[편집자주]

글로벌제약회사의 약물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널리 처방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미충족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들 약제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유사한 기전의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와 함께 임상 현장에서 약제를 처방하는 임상의들의 의견을 통해 글로벌 신약의 가치와 국내 R&D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PARP 억제제는 제줄라와 린파자가 있다. 이미 PARP 억제제 시장을 선점한 린파자와 경쟁하기 위해 제줄라는 린파자와 시장에서 경쟁할 차별점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제줄라 임상은 린파자 대비 넓은 유전자군(바이오마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환자들의 복용 횟수를 줄여 편의성을 확보하는 개발 전략이 활용됐다.

제줄라의 이런 차별화 전략은 PARP 억제제를 개발하는 국내 개발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벨은 김희승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를 만나 제줄라의 임상적 의의와 PARP 억제제 임상 개발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수술만 가능했던 난소암, PARP 억제제 등장으로 약물 치료 가능해져

난소암은 효과적인 조기 검진 방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난소암 환자의 약 60%는 암이 전이된 3기 이후에 진단된다. 또한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한다. 뿐만 아니라 재발할 때마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짧아져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속한다. 5년 상대생존율 또한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과 비교해도 가장 낮다.

김희승 교수는 "(난소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약 80% 정도는 암세포가 복강 내로 파종됐거나 복강 위의 영역까지 넘어가는 3기에 해당된다"며 "진행성 난소암은 항암 치료를 해도 예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소암은 어떤 약제로 치료해도 약 80%는 완전관해(종양 소실)에 도달하지만 이중 80%는 재발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포독성항암제와 수술만 가능하던 난소암 분야에서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BRCA 1/2와 상동재조합결핍(HRD) 등 난소암 관련 바이오마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난소암 환자 중 약 50%가 HRD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피성 난소암 환자 가운데 BRCA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사람은 26%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러한 HRD 환자군에서 PARP 억제제가 효과가 높은 것으로 규명됐다.

김 교수는 "표적치료제인 PARP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또 한번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고 진료 현장의 처방 경험도 변했다"며 "특히 수술 이후 또 PARP 억제제가 또 다른 치료 옵션으로 등장하며 수술 외에도 약물 치료가 가능해 졌다"고 설명했다.

◇재발 위험 높은 환자 대상으로 한 제줄라 'PRIMA' 임상..."임상 현장 고민 담겨"

린파자에 이어 등장한 제줄라는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점이 필요했다. 제줄라는 1차 유지요법에 대해선 BRCA 변이에 관계없이 처방이 가능하다. 또한 1일 1회 복용이 가능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 및 복약 순응도를 개선한 치료 옵션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제줄라는 용량 조절을 통해 이상반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는 "PARP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10명 중 1~2명은 구토 등으로 복용을 포기한다"며 "제줄라는 임상시험을 통해 용량을 낮춰도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전문의도 해당 임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는 제줄라의 장기추적 3상 임상 'PRIMA'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군과 모든 바이오마커 하위 그룹 중 제줄라를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장기적으로 일관된 무진행생존기간 연장 혜택과 지속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이 관찰됐다.

그는"수술 후에도 종양이 여전히 남아 있는 3~4기 환자들의 유지요법이 중요한다"며 "작년 ESMO에서 (제줄라의 임상은) 재발이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이번 임상을 통해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PARP 억제제를 썼을 때 긴 생존기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난소암에서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못지 않게 환자의 예후에 맞는 약제를 처방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며 "임상 현장에서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으니 임상의 입장에서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가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국내 PARP 억제제 개발사, 내성 극복할 수 있는 병용 개발 전략 필요

국내에서 이미 난소암 환자에게 PARP 억제제로 린파자와 제줄라가 처방되고 있지만 미충족의료수요는 있다. 기존 PARP 억제제 복용 이후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마땅한 치료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기존 PARP 억제제 치료 이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1차 유지요법을 시행했는데 막상 PARP 억제제 처방 후 환자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상태가 나빠졌다"며 "실제로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난소암)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학적으로 (PARP 억제제 처방 이후 내성이 생기는) 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PARP 억제제 내성을 막기 위해 새로운 약제를 병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PARP 억제제를 개발하는 일동제약과 제일약품 역시 난소암 외에 적응증을 확장하는 한편 다른 약제와 병용으로 임상을 수행 중이다.

그는 "최근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 기전을 늦추기 위해 또 새로운 약제를 병용하는 방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전문의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다른 카테고리의 약제를 사용할 것인지 혹은 PARP 억제제와 다른 약제를 병용해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PARP 억제제 사용 시 일부 환자에서 빠른 진행이 관찰되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PARP 억제제로 인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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