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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SG 트래커]'그들만의 리그' 불모지, 글로벌 전략 '키워드' 됐다대형사들 ESG 중하위권, 오너십 변경 및 빅파마 전략으로 '전향적'

최은진 기자공개 2023-03-06 11:04:50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08: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존중'이라는 제약업 본질 자체만으로 공익성과 윤리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책무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를 정량지표화한 'ESG' 평가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받는다. 내수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한 오너십 중심의 경영시스템, 경쟁보단 협업하는 업계 분위기, 변화에 둔감한 보수적인 문화 등 환경적으로 ESG 트렌드를 굳이 따를 유인이 없었다.

그랬던 제약사들이 승계를 통해 젊은 오너십으로 바뀌고 지향점이 국내가 아닌 글로벌을 겨냥하고 나서면서 ESG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소비자와 주주 등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며 착한기업에 대한 브랜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눈높이가 '빅파마'를 향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자 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고루하고도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젊고 혁신적이고도 글로벌한 이미지로의 변신을 위해 'ESG'가 활용되고 있다.

◇A등급 제약바이오사 5곳…대부분 B등급대, 타업종 대비 '열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2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A+ 이상의 등급을 받은 기업 5개사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다. A등급을 받은 123개사로 넓혀봐도 5개사가 전부였다. 세부적으로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다. 그나마도 거의 대기업 계열 기업들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등급은 대부분 B+에 몰려있다. 전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유한양행부터 매출액 상위권인 종근당·한미약품·녹십자·대웅제약·일동제약 등이 같은 등급에 포진해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셀트리온조차 B등급에 갇혀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B+ 혹은 B등급에 대해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중하위권 등급에 그치는 평가다.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사회부문에선 평균 A등급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득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선 B등급을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평가는 '환경정보공개시스템' 등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 대체적으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환경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의 경우엔 '강력한 오너십 경영'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이사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다양성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로 인해 의사결정 시스템의 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빅파마 '중상위권', 해외평가기관서 국내사 '하위권'

그렇다면 글로벌 빅파마들은 ESG를 어떻게 운영할까. 국내사와 마찬가지로 기업마다 경영방식 등이 각각 다른만큼 ESG 운영 시스템 역시 천차만별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J&J(JOHNSON & JOHNSON)다. 따로 ESG 연례 행사를 열고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관련 전략 및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행사엔 이사회 의장은 물론 최고재무책임자(CFO), 주요 임원 10여명이 참여한다.

J&J 말고도 대체적으로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ESG 등급을 득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수십조원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인데다 제약업의 특성상 윤리적인 이슈를 리스크로 관리하는 엄격한 내부통제로 이미 왠만한 시스템을 글로벌 트렌드가 요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해 놓은 상태다. 특히 이사회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지배구조의 경우엔 인종 및 성별의 다양성까지도 고려하는 까다로운 기준까지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MSCI 평가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빅파마들의 ESG 등급은 애브비(ABBVIE)를 제외하고는 모두 A등급 이상이다. MSCI는 ESG 등급을 'AAA(최고)→AA→A→BBB→BB→B→CCC(최하위)' 7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A등급 이상이라는 의미는 중상위 이상 등급을 득하고 있다는 의미다. S&P 기준으로는 화이자(PFIZER)나 머크(MERCK & CO), BMS(BRISTOL-MYERS SQUIBB)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점 만점에서 80점 안팎의 점수를 득하고 있다.

모닝스타가 측정한 ESG 리스크 점수로 살펴봐도 글로벌 빅파마들은 대체적으로 위험도가 20점대로 낮은 수준이다. MSCI에서 BBB로 낮은 ESG 등급을 받았던 에브비 정도가 30점에 가까운 점수로 경쟁사 대비 리스크가 높은 곳으로 꼽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평가사에서 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등급은 하위권 수준이다. 특히 국내 평가기관에서 중상위권 점수를 득하더라도 글로벌 기관에선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상대평가에 따른 결과다. 국내사들의 글로벌 평균 대비 낮은 ESG 평가점수 때문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경쟁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특히 셀트리온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에는 가장 낮은 CCC 등급을 득했다.


◇작년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사 ESG 화두, 상위사들 전담조직 신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ESG가 화두로 떠오른 건 작년부터다. 유한양행이 ESG경영실을, 종근당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ESG 경영 철학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엔 기업설명회(IR)은 물론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 등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ESG 전략을 하나의 경영 철학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환경분야에서 글로벌 표준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 등을 도입하고 사회부문에선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위해 관련 행동 규범을 강화하는 한편 진단지표도 개발했다.

오너십의 변경과 함께 ESG 경영을 강조하는 사례도 있다. 보령은 작년 초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를 대표이사로 맞이하면서 'ESG 경영의 원년'으로 정한 동시에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ESG 평가기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 업권 대비 업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과 폐쇄성 및 보수정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ESG 경영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 추진되면서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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