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자동차 전장산업]현대모비스가 전장사업을 직영으로 남긴 이유⑤전동화·전장, 비계열 수주 주력으로…투자-연구개발-생산 연계로 경쟁력 강화
강용규 기자공개 2023-03-06 07:33:32
[편집자주]
10년전 전자업계의 미래 동력으로 낙점됐던 자동차 전장사업이 이제 '진짜' 성과를 내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나선 사이 국내 전자업계의 전장사업 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더벨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아 전성시대를 맞은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 히스토리와 현황,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10월 부품 전문 자회사 유니투스와 모듈 전문 자회사 모트라스를 각각 설립했다. 생산은 두 자회사가 각각 담당하고 본사는 A/S(애프터서비스)사업과 R&D(연구개발), 경영계획 및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서였다.다만 전동화사업의 생산기지인 창원공장과 전장사업의 생산기지인 진천공장은 현대모비스가 직영 체제로 운영한다.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이 분야의 직원들이 2000년 현대정공, 현대자동차 부품사업부문, 현대자동차써비스의 합병으로 현대모비스가 출범할 당시부터 직영 체제에서 근무해 온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두 사업을 성장 기대치에 걸맞게 육성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전략 수립, 생산활동이 단일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에게 전동화와 전장사업이 지니는 미래가치를 고려하면 후자의 의미가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된다.
◇ 전동화와 전장, 현대모비스 사업 외연 확장의 ‘첨병’
현대모비스는 섀시(차체) 모듈, 콕핏(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전면부) 모듈 등 자동차의 3대 모듈과 이를 구성하는 각종 핵심부품 및 장치들을 생산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두 완성차회사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외부 완성차회사에 공급하는 글로벌 부품회사다.
현대모비스의 모듈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대부분의 수요가 발생한다. 부품의 조립체인 모듈은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완성차회사가 자동차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만큼 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립체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그룹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가 모듈을 외부에 판매한 사례는 2006년 크라이슬러(현 스텔란티스)와 2022년 메르세데스-벤츠와 맺은 2건의 계약뿐이다.
모듈과 달리 부품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문회사들이 존재하는 만큼 외부 판매의 제약이 비교적 가볍다. 때문에 현대모비스도 부품을 앞세워 비계열(논캡티브) 고객사를 모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에만 의존하지 않는 부품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다. 실제 현대모비스의 비계열 부품 수주금액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현대모비스는 비계열 수주목표를 전년 수주실적 대비 높게 잡았다. 이를 위해 램프와 샤시 등 고전적 차량부품 분야에서 고객 다변화와 기존 고객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눈에 띄는 것은 전동화와 전장 등 미래차 분야의 비계열 수주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제품 수주 다변화를 이 분야에서의 올해 전략으로 내걸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관련부품 분야에서 아직 개척해야 할 시장이 넓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모비스의 비계열 부품수주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수주금액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에는 북미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해외 수주가 전동화 및 전장제품을 중심으로 유럽의 주요 완성차 브랜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해외수주의 세부정보 비공개 관례를 들어 자세한 수주 대상과 회사별 수주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폴크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그룹,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현대모비스에 부품을 발주했다는 것이 완성차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 현대모비스, 투자 확대로 전동화·전장시장 공략 고삐
올해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시장에서 배터리시스템과 ICCU(통합 충전 컨트롤 유닛) 등 주력 품목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전장제품의 포트폴리오도 기존 ICU(오디오·공조 통합제어시스템)에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운드시스템, ADAS(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3년 동안 5조~6조원의 내부 투자와 3조~4조원의 외부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내부 투자의 경우는 기존 계획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라고 현대모비스 측에서는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의 차질 없는 집행에 현대모비스의 전장부품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본다. 고전적 차량부품이나 전동화 부품의 경우에는 완성차 밸류체인 내부에서의 경쟁이다. 그러나 전장은 기존 차량부품회사뿐만 아니라 전자회사들과의 경쟁도 함께 치러야 하는 만큼 투자 없이는 심화하는 시장 경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애초 전장은 완성차 밸류체인보다는 전자회사들의 기술 경쟁력이 더욱 강력한 분야다. 전장, 즉 전자장비라는 단어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실제 전장의 총집체로 여겨지는 디지털 콕핏의 경우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이 2022년 말 기준 시장의 24.8%를 점유한 1위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전장 관련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과의 협업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지분투자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엔비직스(Envisics)에 실시한 지분투자가 그 사례다.
현대모비스는 AR-HUD(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2020년 8월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엔비직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2500만달러(296억원가량)를 투자해 엔비직스 지분 10%를 확보했다. 2022년 10월에는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확대하기 위한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3000만달러(397억원가량)를 추가 투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장 분야에서 생산과 투자, 연구개발, 영업을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 전략인 만큼 현대모비스도 이 분야의 생산을 자회사에 넘기지 않고 직영 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장사업의 실적 성장세가 이러한 결단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전장시장은 규모가 2024년 4000억달러(529조원 가량)에서 2028년 7000억달러(926조원 가량)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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