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ESG 트래커]'글로벌 기업' 브랜딩 전략, 눈높이 못따라간 해외평가[삼성바이오로직스]①국내기관 평가는 우수, 해외기관 그룹 계열사 대비 열위
최은진 기자공개 2023-03-16 12:40:58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6: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2차전지 그리고 바이오. 삼성그룹은 이미 국제무대서 인정받는 '글로벌 플레이어'다. 반도체 다음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설립 초기부터 눈높이는 '글로벌'이었다. 2011년 설립 후 본격 사업을 가동한 지 10여년만에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도 애초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커가는 바이오 시장에서 신약개발보단 '공장역할'을 자처하며 깃발을 세운 전략이 적중했다.ESG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있어 하나의 전략적 무기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진화된 기업'이란 이미지를 시장에 알리는 하나의 콘텐츠다. 국내 기관평가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해외기관에선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국내선 상대적으로 우수한 상황이지만 해외 표준에 비춰볼 땐 더 큰 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평가와는 다르게 삼성그룹 계열사 대비 낮은 점수 및 등급이 눈에 띈다.
◇적극적 정보공개 국내서 A등급, 해외평가선 '취약'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ESG 통합등급은 A다. 국내 제약바이오사 가운데 A등급을 받은 5곳에 속하는 것으로 사실상 최고점을 득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B+에서 2021년 A등급으로 올라선 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우수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KCGS 평가다. 또 다른 평가기관인 한국ESG연구소도 같은 수준의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부터 ESG 보고서를 출간하고 관련 정보 및 전략을 공개했다. 2022년부터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보고서(TCFD 보고서)를 발간했다. ESG 등급 개선의 가장 첫번째 전략이 '정보 공개'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해외평가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가 다르다. 무디스의 ESG 평가는 24점이다. 29점 이하면 ESG 전략에 취약(week)하다는 의미다. MSCI는 B 등급을 줬다. B등급은 최하위보다 한단계 높은 등급으로 역시 열위하다는 걸 뜻한다. S&P는 100점 만점에 65점이다. 환경에선 90점대 점수지만 사회와 지배구조에선 70점 안팎의 점수를 득하는 데 그쳤다.
다만 S&P가 평가하는 데이터 평가에선 '매우 높음'을 획득했다. ESG를 평가할만한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란 얘기다.
◇그룹 내 '후발주자' 효과로 빠른 성장 및 안착, 해외기준에선 '진화' 필요
삼성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다른 계열사의 선례를 반면교사 혹은 벤치마크 삼으며 성장모델을 그린다. CMO(위탁생산)는 반도체와 유사한 '캐파' 및 '비용관리'가 핵심인 만큼 앞선 전략에서 배울 게 있다.
ESG도 마찬가지다. 기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한국평가에서 앞선 점수를 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장하기 전부터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건 물론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설치하며 전문성을 높였다. 과반 사외이사를 통해 독립성도 강화한 것도 물론이다. 기존 계열사들의 진화된 이사회 제도를 차용한 결과다.
하지만 해외평가에선 이 같은 그룹 후발주자라는 점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MSCI 평가에서 A를 득하고 있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B등급에 그쳤다. 무디스 평가 역시 삼성생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핵심 계열사 대비 낮은 점수를 득하고 있다. S&P에서도 계열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ESG는 상대평가인 만큼 국내기관 평가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대적으론 우수한 수준이지만 해외선 글로벌 수준의 진화를 이루진 못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걸로 해석된다.
특히 지배구조에서 박한 점수를 득하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해외평가에선 G부문은 단순히 기업 지배구조 및 이사회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 돼 있는지, 고객 관리 시스템이 구축 돼 있는지, 정보보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무전략은 있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따진다.
단순히 이사회 내 위원회가 있는지, 여성 이사가 있는지 정도로 우수한 등급을 받는 국내기관평가와는 괴리가 있다. 예를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보보안 문제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역시 해외ESG평가에선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회만 놓고 봐도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김태한 이사회 의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의장직을 존림 대표이사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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