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3일 07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 터져 나온 '롯데건설 위기설'을 진화한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고정욱 롯데지주 부사장이 아닐까 싶다. 메리츠로부터 9000억원을 끌어오고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후순위로 6000억원을 끌어온 장본인이 바로 롯데지주 CFO인 고 부사장이다. 유동성 보충으로 롯데건설은 급한 불을 껐다.롯데케미칼은 이례적으로 CFO가 이사회 멤버로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가 시작된 1998년 이후부터 매년 사업보고서를 뒤져본 결과 올해가 최초다. 주인공은 강종원 상무다. 강 상무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배경은 항상 안정적일 것만 같았던 롯데케미칼 재무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어느새 유통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그룹 핵심이 됐다. 이 말은 즉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는 곧 그룹의 신용도라는 의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에 이어 롯데지주 등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크레딧 위기가 닥친 셈이다.
롯데건설 리스크가 끝난 것은 아니기에 지주는 이전보다 건설을 더 밀착 마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 속에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일진머티리얼즈) △롯데GS화학 등 대규모 투자와 AA+급 방어라는 어려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CFO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롯데그룹의 현 모습이다.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 지에 대한 진단은 이미 스스로 하고 있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최대 관건은 불거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CFO들의 입김이 기업의 운명을 가른 사례는 많다. 가까운 사례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신속한 물적 분할에 이어 금리 인상기 직전 적시에 진행한 기업공개(IPO)로 10조원을 끌어모았다. 한 달만 더 늦었어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CFO들의 기민한 의사결정으로 수많은 선순환 효과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라고 다를까. 물론 LG 사례와 상황은 사뭇 다르지만 CFO의 판단과 결단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은 같다. 시장은 롯데케미칼이 재무 안정을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의 옥석 가리기를 비롯해 자금의 유입까지 CFO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신임 사내이사인 강 상무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개최한 크레딧 세미나에서 대주제중 하나가 롯데였다. 크레딧과 유동성의 대명사였던 롯데가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지에 대한 탄식이 나왔다. 롯데가 보란 듯이 이런 우려를 씻어냈으면 한다. 롯데그룹 CFO들이 2020년대 초반 그룹 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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