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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CEO '승계 바이블'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23-06-15 08:12:12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후보와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후보 선임으로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들은 다음달 3일 주주총회에서 취임할 예정이다. 지난 2월 3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선임된 지 꼭 5개월 만에 지주와 계열사 대표이사 진용이 갖춰진다.

이 기간 만난 우리금융 임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임 회장의 모교인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한 임원은 인사를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회장과의 인연을 궁금해하거나 시샘하는 이들의 연락을 숱하게 받았다고 한다. 정작 임 회장과 일면식도 없던 이 임원은 오히려 출신 학교가 마이너스 요인이 될까 전전긍긍했다.

전라남도 보성 출신으로 임 회장과 동향인 임원은 일찌감치 영전을 포기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관료 출신으로 정무적 판단에 능한 임 회장이 동향 후배를 고위급으로 기용하는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호사가들의 분석이 더해졌다. 실체나 근거는 없는 풍문에 불과했지만 임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철 지난 학연과 지연이 다시 언급된 건 임 회장이 15년 만에 외부에서 선임된 CEO여서다. 내부 회장이었다면 출신 은행이 관전 포인트였을 게 자명하다. 그룹 내에선 승계 때마다 전신인 상업은행, 한일은행 계파를 어떻게 우대하고 포용할 것이냐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했다. 이젠 회장의 계파가 없으니 학연과 지연이 관심이었다.

분위기는 3월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시행 이후 사뭇 달라졌다.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 전문가에게 평가 권한을 부여하고 영업력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자 후보들의 출신 학교나 은행은 뒷전이 됐다. 후보 측 인사들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너도나도 여론전에 나서길 마다하지 않던 과거 승계 때와 다른 양상이다.

은행장 후보 선임을 마친 뒤에는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아 승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후일담을 나눴다. 선임 배경을 부연하지 않는 관행을 깼다. 1차로 외부 전문가의 후보 인터뷰를, 2차로 외부 자문기관의 임직원 대상 평판조회를 진행했고 평가 결과에 일관성이 있었다는 설명은 우리은행 안팎에 조 후보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새 달라진 우리금융의 모습을 보면서 계파 갈등은 세간의 우려만큼 뿌리깊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양대 계파가 합의할 수 있는 룰이 부재했을 뿐 갈등 종식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해 보인다. 조 후보는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라기보다 핵심역량지표(KPI) 1위를 잇따라 차지한 유능한 리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입행원의 업무 역량이 입사 성적순이 아니듯 프로그램을 통한 평가가 CEO의 경영 능력을 담보할 순 없다. 그럼에도 계파 해소 단초를 마련하고 구성원 다수의 인정을 받는 리더를 뽑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이다. 우리금융이 이번 행장 선임에 그치지 않고 '승계 바이블'로 불릴 정도의 진일보를 이뤄 금융권 모범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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