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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신사업 체크]'전고체 트랜스퍼' 선바이오, 주가부양 애드벌룬인가①1997년 설립 PEG유도체 바이오테크, 4월 2차전지 진출 공표…일각선 "선언 외 액션 없어"

조영갑 기자공개 2023-06-20 08:32:59

[편집자주]

기업의 신사업 진출 또는 전환 결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활력을 안겼다. 그러나 일명 '테마주'에 편입돼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동성으로 피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형상을 보이기도 했다. 더벨은 신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장사의 진출 배경과 역량,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750원→2만750원' 4월 중순 선바이오의 주가 변동 양상이다.

16일 현재 선바이오의 주가는 1만2230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큰 진폭없이 1만1000원~1만2000원 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1508억원 수준이다. 한 달 새 시총이 약 40% 가량 증가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형 공급계약 공시나 M&A(인수합병) 소식은 아니다. 선바이오는 4월 중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을 신설, 추가했다. 선바이오는 기존 바이오 사업에 더해 △2차전지 및 연료전지의 전고체 전해질 소재의 기술개발 및 기술이전 사업 △2차전지 및 연료전지의 전고체 전해질 소재의 제조 및 판매 사업 등의 사업목적을 정관에 신설했다. 최근 가장 핫한 섹터인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표하자 시장이 반응한 셈이다.

1997년 설립된 선바이오는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생산을 주업으로 하는 바이오테크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Rutgers University)에서 생명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노광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노 대표는 미국 엔존(Enzon Pharmaceuticals) 등에서 R&D(연구개발)을 담당한 생명공학 전문가다.

1998년 PEG유도체 자체개발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PEG유도체(PEGylation)기술은 약리활성물질 또는 단백질 등의 표면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 유도체라는 생체고분자 소재를 화학적 공유결합시키는 기술을 뜻한다. 약리활성물질의 분자량을 높여 체내 잔존시간을 증가시키고, 항원성을 낮춰 면역반응 같은 부작용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국내외 주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성형외과 제품 등에 PEG유도체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소형 바이오테크 중에서는 드물게 꾸준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규모가 한정적이고, 판로가 넓지 않아 지난해 매출액 74억원, 영업이익 2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매출액 17억원,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했다.

선바이오가 4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표했을 때 "의아하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선바이오는 설립 이후 PEG유도체 관련 바이오 사업 외에 산업용 소재,부품 사업에 한 번도 발을 담근 적이 없는 '본투비(Born to be)' 바이오테크였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화장품 제조 및 판매 사업목적을 추가한 게 전부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바이오가 주가부양용 애드벌룬을 띄웠다"는 식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선바이오의 1년 주가흐름. 전고체 사업 진출을 발표하고 주가가 2만원 대로 폭등했다.(출처=네이버증권)

2016년 코넥스에 상장한 선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독보적인 PEG유도체 기술을 보유했고, 구강건조증치료제( MucoPEG)가 미국 FDA의 판매허가를 획득하는 등 레퍼런스도 갖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섹터 전반의 시장 상황 탓에 주가 흐름은 공모가(1만1000원)를 하회하는 7000~80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에 전고체 배터리 사업목적 추가를 계기로 1만원 대를 돌파했다. 우선 기업가치(시총) 제고라는 틀에서는 전략이 먹힌 셈이다.

전고체는 리튬이온과 달리 전해질이 고체로 이뤄진 배터리로, 화학적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가 큰 것이 특징이다. 전해질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PEG유도체가 전고체 배터리 내 이온 전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선바이오의 논리다.

그럼에도 2차전지 섹터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선바이오의 주장대로 PEG유도체가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 개화까지 4~5년 이상이 소요되고, 현재 수원 기흥 일대에 전고체 파일럿 시설을 구축한 삼성SDI 등의 배터리 메이커와 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약품용 소재 합성과 산업용 소재 합성의 매커니즘이 다른 것도 포인트다.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선바이오가 전고체 사업과 관련된 로드맵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도 지적된다. 노광 대표는 "2차전지 사업 진출은 오랜 기간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투자의 플랜 역시 마찬가지다. 선바이오는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6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상태다. 전고체 사업이 규모의 경제인데다 고객사 퀄(품질인증)을 받기까지 지난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액션플랜을 제시해야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다.

삼성SDI 파일럿 라인에 장비를 입고한 한 기업 관계자는 "아직 소재 단위의 레시피는 여전히 초기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기존 PEO(폴리에틸렌옥사이드)를 채택할지 PEG를 채택할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사업 진출의 선언적 의미 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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