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TDF 시대 개막 합심 캐피탈그룹과 '각자의 길' 한국형 TDF 해외 위탁사…글라이드 패스 등 노하우 전수
양정우 기자공개 2023-06-26 08:14:36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1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삼성 한국형 TDF' 라인업의 글로벌 파트너인 미국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결별을 단행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의 노하우를 토대로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첫선을 보이면서 불모지였던 국내 연금펀드 시장을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결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21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지난 4월 초를 전후해 삼성 한국형 TDF 라인업의 해외위탁집합투자업자인 캐피탈그룹과 위탁 계약 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글로벌 운용사의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 운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운용은 2016년 아직 생애주기에 맞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운용 콘셉트가 낯설 시기 처음으로 TDF를 도입했다. '글라이드 패스'로 불리는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운용 시스템을 내세웠다. '삼성' 간판을 내건 종합자산운용사가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자 흥행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뒤 국내 연금펀드 시장에서 TDF의 성장세는 드라마틱하다.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은 2023년 1분기 기준 1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말엔 약 5조원 수준이었으나 2년여 만에 시장 볼륨이 2배로 껑충 뛴 셈이다. 현재 총 19개 운용사가 총 146개의 TDF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삼성 한국형 TDF가 연금펀드 시장에 제대로 안착한 데 캐피탈그룹의 글라이드 패스 설계와 글로벌 자산 운용의 역량이 단연 한몫을 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캐피탈그룹은 피델리티, 뱅가드 등과 함께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다만 엄격한 원칙과 철학을 준수하는 기업문화를 토대로 미디어 노출을 자제한 탓에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탁월한 장기투자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건 물론 핵심 운용역이 캐피탈그룹에서만 최소 10년 이상, 평균 20년 이상이라는 운용 경력을 갖추고 있다. 스타매니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TDF 등 연금펀드를 운용하는 데 강점으로 여겨진다.
삼성운용과 캐피탈그룹은 삼성 한국형 TDF를 공동 개발했다. 근래 들어 글라이드 패스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운용의 역량이 함께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올들어 결별에 나서기 전까지 운용 업무는 어디까지나 전권을 위탁받은 캐피탈그룹의 몫이었다. 삼성운용은 국내 투자자를 위한 환 헤지와 성과 관리를 담당하는 게 핵심 업무였다.
이제 삼성운용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향후 TDF 라인업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구축해온 운용 콘셉트와 전략을 당장 뒤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캐피탈그룹과 공동으로 다져온 글라이드 패스와 상품 포트폴리오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제 색깔을 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WM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이 캐피탈그룹과 결별을 선언한 건 TDF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TDF 도입 초창기엔 한국인에 특화된 모델을 스스로 설계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실증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하우스 내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 TDF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략 배분과 자산 배분 2개의 라인업을 이미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운용사는 대부분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위탁 또는 자문 계약의 형태로 펀드를 운용해왔다. 위탁 방식은 운용의 주체가 해외 운용사이고 자문 방식의 경우 국내 운용사가 주도적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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