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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쟁]삼성-현대차, 접점 어디까지 늘릴까③AP로 공식 파트너 선언…자율주행차·AMM 신사업도 협력 기대감

손현지 기자공개 2023-07-04 13:02:05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겐 '전장(전자·전기장치)'과 '바이오'가 수식어처럼 따라 다닌다. 일찍이 관련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 계열사 차원에서의 사업 방향을 타진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전장 전략 키워드는 '스마트카 토털 솔루션 공급업체'로의 도약이다. 그룹 내 삼성전자(DS부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현대차와 추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열사들이 여럿 있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의 자동차 전장 비즈니스도 끝이 아닌 시작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테슬라 질주로 격화된 미래차 경쟁에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는 든든한 우군이다. 운송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협력사와 현대차 본사와 가까운 곳에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도 매력적인 요소다. 삼성은 최근 화제를 모았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외에도 배터리,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인포테인먼트 등 방대한 자동차 부품 포트폴리오를 거느린 몇 안되는 전자기업이다.

*CES 2022에 참석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아주 얇았던 삼성전자 TV"…정의선의 셈법

"아주 얇았던 삼성전자 TV와 친환경·블록체인 업체들이 인상 깊었다."

정 회장은 작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2022 CES'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를 묻는 취재진들에게 이 같은 짧은 소감을 전했다. 사명을 콕 집어 밝힌 건 삼성전자 뿐이었다. 또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도 직접 방문해 디지털 콕픽을 체험하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우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필요성을 의식한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364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톱3 반열에 오르겠다는 당찬 포부다. 첨단부품 업체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필수적이다.

물론 삼성도 영원한 협력사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보급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애플이나 소니, LG전자 등 수많은 전자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은 2024년 4000억달러(약 527조원)에서 2028년 7000억달러(약 92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들과의 새로운 동맹으로 삼성과는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방대한 자동차 부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삼성그룹은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였다. 2021년부터 양사는 차량용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협력의 시작, 삼성표 구부러지는 OLED

두 그룹 간 협업의 물꼬를 튼 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였다. 2021년 현대차 '아이오닉5'에 공급사 중 하나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낙점된 것이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드는 첫 전기차다.

현대차가 삼성디스플레이와 공급계약을 맺은 건 10여년 만이었다.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가 현대차에 8인치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물량을 3년간 공급했던 것 외에는 양사간 특별한 협력 관계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 10년 만의 협력 치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협력 비중 자체가 크진 않아서다. 당시 삼성 OLED 패널 공급계약은 현대차 아이오닉5의 사이드미러 시스템으로 적용범위가 제한됐다. 사이드 뷰 카메라는 편의 기능으로 추가한 옵션이다. 센터페시아 등 부피가 큰 디스플레이를 공급한게 아니었다. 결국 흔하지 않았던 동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양 그룹간 동맹관계를 결정하는 계기는 되지 못했다.

이후 현대차의 제네시스 GV60에는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반도체)가 탑재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는 2021년 '아이소셀 오토4AC'를 선보이며 차량용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도 현대차 일부에 적용됐다.

2020년 5월 두 총수는 소형 배터리 및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첫 단독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당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지만 구체화되진 않은 상태다.


◇결정적 협업 단서 '엑시노스 오토'

결정적으로 양사를 파트너 관계로 묶은 건 이번 차량 인포테인먼트(IVI)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 V920'였다. 삼성전자는 공개적으로 2025년 현대차에 엑시노스 오토 V920 칩셋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 중인 아우디, 폭스바겐 고객사 외에 현대차와의 계약을 공고히 한 것은 전략적 의지표명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부분적 협력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뜻이다. 향후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 종류도 더 다양해질 것을 염두에 둔 행보이기도 하다.

차량용 반도체 외에도 양사간 협업 가능 범위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삼성전자가 매년 수조원을 투입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도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다. 삼성전기의 전기차용 MLCC 투자를 늘리고 있어 추가 협력 후보군 리스트에 올라있다. 현대차가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차세대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도 가시화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기 제네시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아이오닉5 때와 달리 운전석에서부터 센터페시아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래그십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탑재하는 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전장용 MLCC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에는 완성차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직접 세일즈까지 나섰다. 지난해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을 만난데 이어 지난달 10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회동했다.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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