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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일찍 끝낸 3세 승계, 경영능력 시험대 '신약개발'[유유제약]유원상 대표, 지분·직위 승계 매듭…요원한 신약개발, 성과 창출 과제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07 12:29:20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07: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유제약은 중견 제약사 가운데 비교적 일찍 3세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곳이다. 오너 3세는 주식연계채권(메자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했다. 34살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지 10여 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며 직위도 물려받았다.

3세 경영 체제 본격화 이후 체질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복제의약품(제네릭) 개발·생산 기업에서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유학파' 출신 오너 3세가 영업 현장을 직접 뛰고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구축하는 등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타민제 앞세워 성장…속전속결 승계, 3세 체제 안착

유유제약 모태는 1941년 설립한 의약품 수출입 업체 유한무역이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유한양행과 형제 기업이다. 창업주 고(故) 유특한 회장은 유한양행을 세운 유일한 박사의 막냇동생이다. 1960년대 유한양행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독자경영을 펼쳐왔다.

비타민제를 앞세워 성장했다. 1953년 국내 최초 정제 비타민 제품 '유비타(현 유판씨)'를 출시했다. 1957년 사명을 유유산업으로 바꾸고 종합영양제 '비나폴로', 골다공증 치료제 '맥스마빌' 등을 개발하며 제약사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제네릭 등 의약품 매출이 76%,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20%를 차지했다.

경영 승계를 △지분 승계와 △직위 승계로 나눠보면 두 측면에서 모두 빠르게 진행한 편이다. 1999년 유 회장 별세 이후 장남 유승필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현재는 3세 경영 체제를 안착했다. 유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유 회장 손자인 유원상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기준 지분 13.9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美 IB·빅파마 거친 오너 3세,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지배력↑

유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트리니티대에서 경제학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5대 회계법인 아서앤더슨 회계사, 메릴린치 컨설턴트,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노바티스 매니저 등을 두루 경험했다.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미국 유수 회계법인과 투자은행 등에 재직하면서 배운 금융 지식을 총동원했다. 2000년대 초부터 기업 주가가 낮을 때마다 지속해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눈에 띄는 점은 주가가 오를 땐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에도 나섰다는 것. 일반적으로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후계자가 주가가 올랐다고 주식을 내다 파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행보였다.

특히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인 메자닌은 오너 일가 입장에서 요기한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꼽힌다. 주가 하락 시기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비교적 적은 돈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증여세 등 각종 세금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메자닌을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유제약 주식을 취득해 왔다. 24회 BW 덕분에 유유제약 주식을 2002년 3월 25일 당시 시가(종가 2만57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매입했고 2017년에도 분리형 BW를 이용해 12월 13일 당시 시가(종가 1만1350원)보다 43%가량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했다.

메자닌을 이용한 지분 늘리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6월 245억원 규모로 발행한 31회차 사모 CB가 히든카드로 지목된다. 해당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 조건인데, CB의 30%까지 유유제약 또는 유유제약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이 붙었다. 향후 승계 마침표를 찍거나 4세 승계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개인 회사를 키워 유유제약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유유제약에 흡수합병된 유유건강생활이 대표적이다. 유 대표와 그의 아내 송정윤 씨, 자녀 유제현·유현호 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다. 2020년 적자 전환한 뒤 3년간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결정했다. 이로써 유 대표를 포함한 오너 일가가 확보한 자금이 15억2009만원에 달한다.

최대 주주로 등극한 건 3년 전이다. 2020년 4월 유 명예회장이 장녀이자 유 대표의 동생인 유경수 유유헬스케어 대표에게 보유 주식 일부를 증여하면서다. 증여에 따라 유 명예회장 지분율이 감소하면서 유원상 대표 보유 주식 수가 유 명예회장을 앞서게 됐다. 지난달 24일 기준 유 명예회장은 지분 9.09%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자리했다.

◇3세 경영 능력 시험대, 관건은 신약개발 성과

직위 승계도 마무리했다. 유 대표는 2008년, 34살 나이로 유유제약에 입사했다. 상무로 입사한 지 6년 만인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엔 유유제약 대표(부사장)로 선임되며 유 명예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어 2021년 유 명예회장이 물러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지난 3월 박노용 경영지원본부 상무이사가 대표로 승진, 유원상·박노용 각자대표로 전환했다.

현재 그는 경영 능력 시험대 오른 상태다. 대표로 취임한 2019년 유유제약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외형 성장은 꾸준하게 이뤘으나 제네릭과 개량신약 중심 매출 구조 탓에 매출이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업력 80년에 가까운 제약사로선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창립 이래 자체 개발 품목이 한 개도 없다는 점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유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혁신'이다. 빅파마에서 근무하며 연구개발(R&D) 중요성을 절감한 그였다. 내수 제네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신약개발이 아니고선 생존이 어렵다는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R&D를 강화해 신약개발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우선 파이프라인을 정비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 'YP-P10',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물질 'UCLA-MS',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YY-DUT'를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웠다. R&D 투자도 대폭 늘렸다. 2019년 약 22억원이었던 R&D 비용은 지난해 9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4%에서 9.2%로 커졌다. 같은 기간 R&D 인력도 13명에서 26명으로 확대했다.


오랜 해외 생활을 경험한 유학파 출신답게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직위, 호칭 등을 없애고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중간관리자 직위를 매니저로 통합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 휴직제도 등도 도입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가 강한 제약 업계에선 파격적인 시도다. 해외 학회나 영업 현장 등을 직접 뛰며 외부와 소통도 늘리고 있다.

다만 신약개발 성과가 나오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파이프라인 중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YP-P10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임상1/2상에서 당초 목표했던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1차 평가 지표인 각막염색지수와 안구불편감이 위약 투여군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신약개발 자문단과 함께 해당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R&D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유유제약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R&D, 생산, 품질관리에 지속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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