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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현장 in]'백신 강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귀환, '세포배양' 차별화3년 만에 생산 재개, 오늘부터 출하…"백신 경쟁력 다시금 입증할 것"

안동(경북)=차지현 기자공개 2023-08-24 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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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독감 백신 생산을 잠시 중단한 지 3년 만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자체 개발 세포 배양 기술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오후 백신 출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L하우스를 찾았다.

◇'세포배양' 독감 백신 출격 준비, 23일 출하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L하우스는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출하 준비로 분주했다. 원액의약품(DS)과 완제의약품(DP) 생산을 마치고 이를 최종적으로 포장하는 작업이 쉴 틈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상균 L하우스 공장장은 "올해 공급할 스카이셀플루 물량 생산을 완료했다"면서 "시판을 위한 최종 단계인 국가출하승인도 획득해 내일부터 출하하게 된다"고 했다.


스카이셀플루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성인용으론 국내 최초, 소아용으론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이다. 이번에 출하하는 백신은 네 가지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4가 독감 백신이다.

이 공장장은 "인플루엔자는 매년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백신 균주를 발표한다"며 "이번 스카이셀플루 4가는 올해 WHO가 권장한 A형과 B형 바이러스를 각각 두 개씩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으로 생산을 중단하기 직전인 2020년 스카이셀플루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3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긴장할 법도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에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세포 배양 방식이라는 점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그는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키워 독감 백신을 만드는 대부분 기업과 달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을 쓴다"면서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독감 백신 가운데 세포 배양 방식이 적용된 건 스카이셀플루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유정란 방식은 독감 백신 생산에서 오랜 기간 활용돼 왔다. 다만 계란을 원료로 제조하는 만큼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이 제한된다.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등으로 계란 공급이 불안정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세포 배양 방식보다 생산 기간이 길다. 이에 따라 독감 백신 개발 트렌드가 세포 배양 방식으로 변하는 추세다.

특히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의 효능이 훨씬 우수하다는 게 이 공장장의 설명이다. 그는 "세포 배양 방식 독감 백신은 유정란을 사용할 때보다 백신 생산 과정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며 "변이 가능성이 작다는 건 상대적으로 효과가 안정적으로 높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2017~2018년 계절 독감 백신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세포 배양 4가 독감 백신이 유정란 4가 독감 백신보다 11%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면역 취약계층에 세포 배양 4가 독감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하기도 했다.

◇경쟁 '치열' 국내 시장, 글로벌 시장 동시 공략

엔데믹 이후 실적이 급감한 SK바이오사이언스 입장에서 독감 백신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로 매출이 2020년 2256억원에서 2021년 9291억원까지 대폭 늘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45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 백신 물량은 약 500만 도즈(1회 접종분). 1000만 도즈에 달하는 독감 백신을 공급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이번 스카이셀플루 4가는 L하우스의 총 9개 생산 공간(suite) 중 두 개 공간에서 생산된다.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했던 라인이다. 그는 "같은 생산 라인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하려면 필터를 교체하고 세척하는 등 작업에 두 달 정도가 걸린다"면서 "올해는 라인 변경을 해야 했기에 이전보다 생산 능력(CAPA)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독감 백신 사업은 크게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나뉜다. 우선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에 선정되는 게 중요하다. NIP는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사들여 국민에 보급하는 것이다.

NIP 공급권 경쟁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질병관리청이 진행한 입찰 물량 1121만 도즈 중 242만 도즈를 낙찰했다. 이번에 공급하는 독감 백신 물량의 50%가량을 NIP로 공급하는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나머지 물량을 민간 시장에서 공급해야 하는데 내로라하는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참전을 예고했다. 지난 2년간 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에도 자체 개발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 쿼드리밸런트 프리필드시린지주'를 통해 자리 지키기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CSL시퀴러스가 4가 독감 백신 '플루아드 쿼드'를 국내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플루아드 쿼드 역시 세포 배양 방식이다. 독점 면역증강제(아쥬반트)를 추가해 효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면역력이 저하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이 국내 유통을 공동으로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 배양 방식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도 지속해서 공략한다. 지금까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 등 10개 국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10여개 국가에서 추가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고도화한 대한민국 백신 기술력의 결정체"라며 "이번 시장 복귀로 국민의 독감 백신 선택권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 백신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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