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시총분석]보로노이, 되찾은 1조 몸값 '유·무상증자'로 굳히기2019년 프리IPO 대비 반값 상장서 반전, 바이오 ETF 편입 '모멘텀'도 기대
최은수 기자공개 2023-09-08 09:01:12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08: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2년 차 보로노이가 1조원대 몸값을 회복했다. 비상장시장에서 1조원의 몸값으로 주목받았지만 상장 당시엔 유니콘 특례 기준인 5000억원을 간신히 충족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과다.바이오 ETF 편입 등 추가적인 주가 부양 모멘텀이 남아있다는 점도 기대요인으로 꼽힌다. 이 시기를 틈타 상장 전 단행한 프리IPO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전환사채(CB)의 전환을 택하는 분위기다.
◇상장 직전 밸류 반토막→유증 카드 꺼내며 '유니콘' 화려한 부활
보로노이의 주가는 5일 종가기준으로 8만2600원이다. 시가총액은 1조447억원. 2022년 6월 공모가 하단 기준 시총 5055억원으로 상장한 지 약 14개월만인 지난달 1조원 밸류를 회복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도 밸류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보로노이는 난치성 항암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2015년 설립 후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연계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 초기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세포 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인산화효소(Kinase) 중 질병의 원인 효소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치료제 개발 기술이 핵심 역량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VRN07(ORIC-114으로 제품명 변경)이다. 오릭파마슈티컬즈(ORIC)에 6억2100만달러를 받고 기술이전한 본임상 진입 프로그램이다. EGFR/HER2 exon20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정밀표적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의 30~50% 환자에서 발생하는 뇌 전이 모델에서 경쟁 약물보다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
보로노이는 앞서 표적치료제 개발 역량으로 비상장 투자 시장서부터 유니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엔 1조원이 넘는 밸류로 프리IPO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2022년 상장 당시엔 유니콘 특례상장 요건인 5000억원을 간신히 충족했다. 직전 프리IPO 밸류와 대비하면 절반 수준, 마지막 프리IPO 기준으로도 약 17% 할인된 가치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주가 상승 틈타 프리IPO CB 투자자 이른 시기 전환
보로노이가 코스닥 입성 1년 만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점도 그간 회사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다. 작년 제약·바이오 섹터의 IPO 침체 속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모가를 책정하며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던 영향이다. 보로노이가 IPO 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은 최초 제시했던 공모가 상단 대비 절반 수준인 520억원이었다.
상장 1년 만에 단행한 유상증자는 결과적으로 크게 흥행했다. 최초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했던 예상 발행가액은 주당 3만4950원인데 최근 좋은 주가흐름이 반영되면서 최종 발행확정가액은 4만7600원으로 뛰었다. 당초 조달 목표액 450억원을 웃도는 612억원의 자금을 모으게 됐다.
이와 더불어 무상증자도 단행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주당 0.2주의 비율로 무상 신주를 배정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상증자와 함께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호재로 해석되는 무상증자를 더하는 유증 흥행 노림수가 주효했다. 무상증자 신주 배정은 오는 14일로 확정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 ETF를 내놓은 점도 보로노이엔 긍정 요인이다. 바이오 ETF에는 보로노이를 비롯한 새내기주를 대거 포트폴리오로 편입했다. 바이오 새내기주들은 발행주식이 많지 않고 락업(보호예수) 등을 이유로 유통 물량 자체도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에서 모멘텀과 수급 측면에서 좋은 흐름을 예상하는 까닭이다.
이달 초 기존 CB 투자자들의 전환 청구가 이어지며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 수량이 변경된 것도 눈길을 끈다. 해당 물량은 2021년 프리IPO 투자 분의 일부다. 2024년 7월까지 전환 기간이 남아 있는데 최근 좋은 주가 흐름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이른 전환을 택했다. 리픽싱을 거친 전환가액은 주당 4만원, 락업은 올해 6월 만료됐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김 대표가 100% 청약 참여를 확약하면서 코스닥 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가운데선 손꼽히는 규모의 개인 참여금액을 기록하게 됐다"며 "프리IPO에서 회사를 신뢰하고 투자한 FI들도 무상증자 신주 배정을 위해 이른시기에 CB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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