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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3]캄보디아, 흔들리는 기회의 땅…"건전성 관리가 최대 과제"코로나로 관광객 감소에 강 달러 충격…경제성장률 회복에 낮은 금융 침투율은 장점

프놈펜(캄보디아)=이기욱 기자공개 2023-10-18 07:14:54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캄보디아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금융사들에게 큰 각광을 받은 지역이다. 7%대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규제 장벽 등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은행을 비롯한 카드사, 캐피탈사 등 많은 금융사들이 앞 다퉈 진출했고 캄보디아 현지 법인들은 최근 수년 동안 호실적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자 장점으로 평가받던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달러화)이 오히려 단점이 됐다. 외국 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경제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가 현지 한국 금융사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 화폐로 통용…환율 리스크 낮고 자금 회수 용이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달러화'다. 캄보디아에도 자국 화폐 '리엘'이 있지만 주요 화폐로서 사용되는 것은 미국 달러다. 리엘은 10달러 미만의 소액 거래에만 사용된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금융기관 대출의 10% 이상을 리엘로 취급하게 하는 등 자국 통화 활성화를 위한 조치 등을 취하고 있지만 달러가 여전히 유통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화는 안정성을 담보한다. 현지 통화의 환율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으며 유사시 투자금을 곧장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달러화는 코로나19 시기 미국의 양적완화와 맞물려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 호황을 이끌기도 했다.

높은 성장 가능성도 장점 중 하나다. 캄보디아의 전체 인구는 1700만명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적지만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전 국민 평균 연령 27세에 불과하며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35세 이하다. 15~64세 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체 인구대비 노동력이 풍부한 편이다.

경제성장률도 높은 편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3.1%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기는 했으나 2021년과 지난해 각각 3%, 5.2%로 다시 회복 흐름을 보였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낮은 금융 침투율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말 기준 캄보디아 성인인구의 67%만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계좌 보유 인구 비율은 약 20%, 신용카드 보유 인구 비율은 2% 미만에 불과하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금융시장 전체의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도 매우 낮다. 캄보디아는 1970년대 내전 이후 해외 원조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선진국의 경제 원조가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 자본의 자국 투자에 매우 호의적이다.

캄보디아우리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최고 금융당국은 캄보디아 중앙은행(National Bank of Cambodia)으로 통화정책기관과 은행감독기관의 2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며 "NBK는 외국계 금융사의 신규 투자에 매우 호의적이며 각 입장을 많이 귀담아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금융사 171개로 시장 포화…"사법 인프라 부족으로 채권 회수 어려워"

캄보디아 금융시장은 여러 장점만큼 단점 또한 명확한 곳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금리인상기에 장점들이 단점으로 바뀐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대외 의존도다. 캄보디아 경제는 제조업이 아닌 관광업, 부동산 투자업 등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기준 캄보디아 전체 GDP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관광업이 크게 쇠퇴했고 여전히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관광객 수가 30%대 수준에 불과하다. 달러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달러화 국가라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관광업 대신 캄보디아 경제를 책임졌던 부동산 개발업도 침체기를 맞았다.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을 주도했던 중국 자본이 자국 경제 위기로 인해 대거 빠져나갔다. 이는 각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캄보디아 시장에는 아직 신용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은행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파이낸스사(MFI) 등도 거의 모든 대출을 부동산담보대출로 취급 중이다. 상반기 이후 캄보디아 금융사 전체의 연체율은 5%대까지 상승했다.

적극적인 외국 자본 유치는 과당경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캄보디아 내 금융기관의 수는 171개에 달한다. 상업은행만 총 59개사에 달하며 특수은행 9개사, MFI 82개사 등이 있다. 1700만달러 수준에 불과한 GDP규모 대비 지나치게 많은 금융사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향후 대대적인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적 불완전성도 불안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연체율 관리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현재 사법권 인프라의 부족이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으로 우려된다.

신한캄보디아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연체 대출에 대한 경매 및 추심 절차가 잘 확립돼 있지만 캄보디아의 경우 담보를 설정해 놓았다고 해도 연체가 발생했을 때 금융기관이 강제집행 권원을 법원 소송으로 얻어야 한다"며 "연체가 발생한 담보대출을 금융기관이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관계자 역시 "사법권의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 법적절차를 통한 채권회수 활동이 한국에 비해 원활하지 못하다"며 "그 결과 채무자의 도적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가 됐다"며 "채권회수 활동의 효율성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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