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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다우기술, 회사채 이례적 '철회신고' 갑론을박투자자 고지의무 고려해 불가피한 결정 vs 투자자와의 신뢰 미준수

손현지 기자공개 2023-10-27 07:17:4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우기술이 회사채 발행을 중도 철회한 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철회신고서를 낸 다우기술에 대해 위와 같이 언급했다. 그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발행사가 수요예측 절차까지 모두 마친 뒤 발행결정을 번복한 사례는 없었다. 수요예측까지의 준비 기간과 비용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도 말이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IB들이 다우기술의 철회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평가한 배경은 무엇일까.

투자자 '고지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이유가 크다. 다우기술이 지난주 17일 수요예측 후 다음날 증액을 결정할 쯤 갑작스레 키움증권의 미수금 사태가 불거졌다. 키움증권은 다우기술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자회사였던 만큼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시 고려해야할 요소였다. 다만 최초의 증권신고서에 최근 키움증권의 미수급 급증세와 그로 인한 신용도 리스크에 대해 기재하지 않았다.

다우기술은 당초 주관계약을 맺을 때부터 수요예측을 재실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시켰기에, 발행전 정정신고서를 통해 내용을 고지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키움증권 리스크를 모르는 상황에서 수요예측을 참여했던 터라 처음부터 고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발행일정을 미룬 뒤 재도전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다시 증권신고서에 키움증권 미수금 리스크를 기재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미매각 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다시 참여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철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증액까지 결정했는데…수요예측 이틀 후 취소 왜

다우기술은 지난주 17일 수요예측을 통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회사채 500억원에 대한 주문을 받은 뒤, 이틀 뒤 19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단 이틀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슈어들이 개별 회사 사정으로 발행을 취소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물론 규정상 철회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되어있긴 하나, 이미 공개 입찰을 통해 물량을 받아간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번복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관 투자수요가 충분히 확인됐던 상황의 결정이었다. 수요예측 당일 모집액의 3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고, 5곳 이상의 기관이 매입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사인 다우기술과 주관사인 KB증권 측은 논의 끝에 10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을 정도다.

강세 발행까진 아니었지만 A급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세운 흥행기록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FD 이슈가 없었으면 충분히 언더발행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관련해 키움증권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있었던 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증권신고서에 '키움증권 리스크' 미고지…"투자자 보호차원"

이런 상황에서 다우기술이 단 이틀 만에 결정을 번복한 건 갑작스럽게 불거진 키움증권의 미수금 사태 때문이다. 발단은 18일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시작됐다.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하면서 키움증권이 5000억원 가량 미수금을 떠안을 것으로 내부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우기술이 19일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 뒤 다음 날인 20일 키움증권이 자율 공시를 통해 미수금 발생 내용을 공시했다.

키움증권 미수금 사태는 기업 신용도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키움증권은 다우기술이 지분 43.66%를 보유한 자회사이자, 핵심 계열사다. 자회사인 키움증권의 우수한 재무 실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키움증권의 리스크가 곧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다우기술은 김익래 다우그룹 회장→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중추에 위치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바로 다음날인 19일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제반비용을 고려하면 발행을 강행하는게 맞겠지만, 최초 증권신고서에 키움증권 관련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던 만큼 투자자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만일 발행일을 뒤로 늦추고 회사채 조달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미매각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미국발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조달 환경이 위축된 상황이다. A급 이슈어들 뿐 아니라 AA급 우량 기업들 조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키움증권의 탄탄한 재무실적이 다우기술의 주요 투자 매력요소였던 만큼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투자자 입장 고려안한 결과" 지적도

다만 업계에선 다우기술의 태도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한 기관 투자자는 "수요예측 이후 갑작스럽게 철회를 통보한 부분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사전 NDR을 통해 수요예측에 참여할 정도로 신뢰가 중요한 건데 아쉽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우기술 측은 철회신고서 상에 표면적이 이유만을 언급했다. 이면에 키움증권의 미수금 사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투자자들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우기술은 철회 공시에서 "수요예측 실시 전후로 발생한 금융시장과 채권금리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하여 본 사채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발행을 추후 연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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