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연금 LP 많았던 우리벤처, 계열사 출자 확대 '기대감'④NPS 포함 21% 비중, 우리금융 계열 출자는 전무…은행 BIS 비율 '고려사항'
양용비 기자공개 2023-10-31 08:15:00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0년 넘는 전통의 우리벤처파트너스는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로 꼽힌다. 한국기술개발로 시작해 KTB네트워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우리벤처파트너스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불혹이 넘는 기간동안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약 80개의 펀드를 운용해 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운용자산(AUM)은 1조4528억원으로 국내에서 9번째로 많은 자금을 굴리는 벤처캐피탈이다.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로는 KB인베스트먼트(2조3703억원), 신한벤처투자(1조5453억원)에 이은 3위다.
약 80개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많은 출자사(LP)를 확보하며 교감해 왔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와 LP와 위탁운용사(GP) 관계로 인연을 맺는 경우는 드물었다. 올해 초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되면서 계열사 출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AUM 1조 시대, 연금·공제회 '단골 LP'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011년 창업투자회사 인가를 받은 이후 약 9년 만인 2020년 AUM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1년 750억원에서 1년 만에 1130억원을 돌파했다. 4년 뒤인 2016년 5000억원을 넘어선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020년 1조1645억원을 기록했다.
AUM 확대의 신호탄을 쏜 시기는 2016년이었다. 2015년 펀드레이징 휴식기를 가졌던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016년 한해에만 운용자산을 2520억원이나 불렸다. 2015년 3362억원이었던 AUM이 1년 만에 5582억원까지 증가했다.
2016년 결성한 펀드는 총 4개였다. 3월에 460억원 규모의 ‘KTBN8호 투자조합’과 300억원 규모의 ‘KTBN9호 디지털콘텐츠코리아투자조합’을 결성했다. 11월과 12월엔 각각 ‘KTBN 방송영상콘텐츠 전문투자조합’(100억원), ‘KTBN 11호 한중시너지펀드’(1660억원)를 만들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펀드 2개로 5000억원 넘게 펀드레이징하며서 AUM을 빠르게 확대했다. 2021년 1월 결성한 ‘KTBN 18호 벤처투자조합’은 2810억원, 지난해 12월 결성한 ‘우리 2022 스케일업 펀드’는 3076억원의 초대형 벤처펀드다. 우리 2022 스케일업 펀드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부터 현재까지 결성한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창업투자회사 인가 이후 20개가 넘는 펀드를 결성한 우리벤처파트너스는 폭넓은 LP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특히 연금이나 공제회 등의 LP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연금이나 공제회의 LP 출자 비중이 높다는 건 우리벤처파트너스의 뛰어난 운용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금이나 공제회는 타 출자기관에 비해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운용 펀드의 LP 구성을 살펴보면 연금의 비율이 가장 높다. 약 307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21%가량을 차지한다. 연금의 뒤을 잇는 LP는 각종 공제회다. 약 15.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도 GP 커밋으로 전체의 약 17%를 책임지고 있다. 모태펀드는 12% 수준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지주에 편입되기 전까지 독립계 벤처캐피탈로서 LP 네트워크를 당사처럼 풍부하게 보유한 곳은 드물 것”이라며 “연금 LP는 국민연금공단(NPS)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이전까지 연금이나 공제회의 LP 비중이 높았던 것에 비해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의 LP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은행 쪽에서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비중이 5.6%로 2.6%인 은행보다 높았다.
보험이나 증권사, 기타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LP 비중은 10% 안이다. 우리금융지주로 편입 되기 전까지 지주 내 계열사와 펀드로 피를 섞은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은행을 포함한 비은행 계열사와도 인연이 없었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되면서 지주 내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출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계열사들은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지주 내 신성장동력 발굴의 첨병으로 다양한 협업을 모색하는 만큼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출자 신호탄을 쐈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결성하고 있는 글로벌전략투자(SI)펀드에 우리은행이 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성이 완료되면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받는 첫 펀드가 된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펀드레이징에도 계열사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가 상향 조정되는 것도 우리벤처파트너스에겐 호재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를 기존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로선 출자 한도가 2배 상향되면서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출자금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 가면서 우리벤처투자에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는 일반 대출과 달리 위험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있다. 400%로 설정돼 있어 우리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낮추게 된다.
예컨대 은행이 벤처기업에 100억원을 출자하면 위험가중자산이 400억원이 된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BIS 자기자본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벤처펀드 출자가 일반 대출과 다르게 취급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필요성이 크더라도 출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BIS 기준 자본비율은 총자산(위험자산 가중평가)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이다. 은행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비율이 높을 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을 위해 BIS 비율을 13% 이상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6.2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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