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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미래차 동맹]총수가 직접뛰어 맺은 결실, '전기차 배터리' 반격 나섰다③현대차와 7년간 4조 계약, 3년전 만남이 결정적 계기…본격적인 점유율 상승 기대

이상원 기자공개 2023-11-16 10:08:45

[편집자주]

과거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시기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은 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오너 3세 경영자 시대에 변화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장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 글로벌 3대 완성차 브랜드로 도약한 현대차의 협력에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제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며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걷는 삼성과 현대차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형 이차전지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사업을 기반으로 후발주자인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최근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과의 합작법인(JV) 설립 결정에 이어 글로벌 3대 완성차 브랜드 현대차 물량을 처음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재용 회장이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경영진들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해온 그다. 이번 현대차 물량 수주 역시 3년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연이은 만남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주를 통해 두 그룹 간의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용 배터리 진출 14년,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

삼성SDI의 초기 배터리 사업은 삼성전자의 노트북과 휴대폰 등에 소형 이차전지를 공급하는데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글로벌 IT와 공구 기업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며 2010년부터는 소형 이차전지 분야 1위에 올랐다. 관련 사업에 뛰어든지 약 10년만에 거둔 쾌거였다.

그러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8년이다. 그해 독일 보쉬와 자동차 배터리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하며 비롯됐다. 이후 2014년 제일모직의 소재부문과 합병을 거치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로써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의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당시 마그나는 배터리팩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인수를 거치며 삼성SDI는 셀부터 모듈, 팩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의 모든 사업 체제를 완성하고 글로벌 1위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는 약 75억달러의 매출로 전체 4위에 올랐다.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BYD에 이어 6%의 점유율을 기록한 결과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5.2%에 해당하는 36GWh로 7위에 올랐다. 명실상부 글로벌 배터리 업계 주요 플레이어인 셈이다.

삼성SDI는 현재 스텔란티스, GM 등과 미국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스텔란티스의 경우 과거 피아트 '500e', 지프 '랭글러 4xe' 등에 배터리를 공급한 가운데 이번 협력으로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GM과의 합작법인 역시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텔란티스와는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1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최대 31억달러를 투자해 2025년초 가동되고 연산 최대 33GWh가 될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35GWh 규모의 2공장 건설 준비에 돌입했다. GM과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 이상 투자해 연산 30GWh 이상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리고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 과정에서 BMW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4년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BMW 최초의 전기차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i8에 성공적으로 탑재시키며 2019년 약 4조원에 달하는 추가 수주를 따냈다.

BMW와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는 이 회장이 사업 초기부터 경영진들을 만나 협력 강화에 힘쓴 결과다. 지난해 이 회장은 방한한 BMW 경영진과 만나 관계를 다시 한번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i7, iX, i4 등 전기차 모델에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헝가리 공장을 통해 BMW 물량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배터리 수율 자체가 경쟁사보다 높다. 전기차용 배터리 전환이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술력과 투자로 따라잡고 있다"며 "소형 이차전지로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수익성을 다각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약 50만대에 탑재…'P6' 출시 앞두고 안정적 수요 확보

삼성SDI는 지난달 현대차 물량을 따냈다. 그 어떤 완성차 제조사의 물량을 따낸 것보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 달리 삼성SDI은 이번 처음으로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게 컸다. 이는 삼성이 선대회장 시절인 1994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두 그룹간의 교류가 오랜 기간 사실상 단절됐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는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간의 연이은 만남으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 회장이 먼서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이 직접 마중을 나갈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리고 이 회장도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답방하며 당시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이번에 수주한 배터리는 현대차가 유럽에서 생산해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급 물량은 7년간 약 35~40GWh 수준으로 전기차 약 50만대 분량이다. 액수로만 4조원 가량에 달한다.

차세대 주력 제품 P6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기존 88%에서 91%로 더 높였다.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손재를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동일한 부피와 무게에도 더 긴 주행거리가 장점이다.

이를 헝가리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헝가리공장에서는 현재까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BMW나 아우디 등 유럽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다만 이번을 계기로 국내 기업으로까지 공급처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양산을 앞둔 P6가 일찌감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삼성과 현대차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의 심장으로 통하는 배터리까지 탑재시키면서 양 그룹간의 미래차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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