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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자금유입 대안 '주식매도' 주저하는 유한양행②바이오벤처 신규상장 난항고려, 유동화 어려운 일부 투자계약도 존재

박동우 기자공개 2023-12-01 07:30:15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5: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은 2011년을 기점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로드맵의 시동을 걸었다.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에 상장한 포트폴리오 지분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구사했다. 10년 동안 회수한 900억원은 로드맵 이행을 촉진하는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자금유입 대안으로 '주식 매도' 실행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바이오 벤처들의 신규 상장이 난항을 겪는 여건을 중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유동화가 어려운 조건이 달린 투자계약을 맺은 업체가 일부 있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10년간 900억 처분, 개방형혁신 로드맵 촉진제

유한양행이 처음으로 벤처기업을 겨냥해 투자에 나선 건 2011년이다. 모든 영역에서 연구 역량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신약 개발을 수행하는 신생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개방형 혁신 기조를 채택했다. 기술 상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임상이 진전됐을 때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45억원을 출자하면서 첫 발을 뗐다.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회사로 유한양행은 지분 12%를 취득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면역항암제를 연구하는 테라젠이텍스(200억원),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기술을 보유한 제넥신(200억원) 등에 자금을 잇달아 집행했다.

개방형 혁신 로드맵을 12년 동안 추진하면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누적 5119억원이다. 2015년을 기점으로 연간 수백억원대 자금 집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단연 많은 금액을 투입한 해가 시장 유동성이 급증했던 2021년이다. 당시 853억원을 들여 종속기업(335억원)과 관계기업(518억원) 주식을 취득했다.

경영진은 벤처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복안으로 주식 처분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 가운데 상장한 업체를 선별해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팔아 현금을 얻는 구상이었다.


유한양행은 2015년에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174만4500주를 매도해 271억원을 확보하면서 첫 발을 뗐다. 지분 유동화 조치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한올바이오파마 잔여 주식을 꾸준히 매각해 358억원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보유한 제넥신 지분도 2018년과 2020년에 잇달아 팔며 288억원을 현금화했다. 지난해에는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투자조합 출자금을 회수해 130억원을 확보했다. 2015년 이래 올해 3분기까지 유한양행은 종속·관계기업 주식 처분으로 880억원을 조달하는 결실을 거뒀다.

◇일부기업 상폐 악재, '태그얼롱' 부담도 작용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출자한 법인은 65개사다. 전체 보유 지분에 대한 장부금액은 802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442억원과 견줘보면 9개월새 7.8% 불어났다. 종속기업과 관계·공동기업 투자자산 가치 역시 같은 기간 6929억원에서 7652억원으로 10.4% 늘었다.


하지만 피투자기업을 겨냥한 지분매각 규모는 과거대비 줄어든 양상이다. 2023년 1~3분기 유한양행이 종속·관계기업 주식을 처분한 금액은 8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지분 매도로 얻은 실탄 130억원과 비교하면 33% 줄었다.

지분 유동화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바이오벤처의 상장을 통한 회수가 어려워졌다는 판단과 맞물렸다. 2022년을 기점으로 바이오 업종을 겨냥한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작용했다. 설상가상으로 430억원을 투자한 화장품 제조사 코스온이 올해 10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는 악재도 겪었다.

주식 매도 방안을 주저하는 인식은 경영진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7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투자하면 엑시트(자금 회수)하기 쉽지 않고, 소액주주들도 있기 때문에 지분을 팔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방증한다.

유동화할 경우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조건이 일부 투자계약에 달려있는 점도 주식 매각을 어렵게 한 요인이다. 수액용 주사제 생산기업 와이즈메디와 임플란트 제조업체 워랜텍 투자약정에는 공동매도권(태그얼롱) 조항이 삽입돼 있다. 엑시트할 경우 다른 주주가 보유한 주식까지 함께 사들여 처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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