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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개발' 승부수…신라젠 플랫폼, 'CD55'로 차별화 [thebell interview]이동섭 교수·오근희 연구소장 "정맥·반복투여 가능해 효능 개선"

정새임 기자공개 2023-12-14 13:11:1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젠이 펙사백 3상 임상시험 중단으로 사세가 기울어진 지 4년. 상장을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신약연구개발기업으로서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 됐다. 펙사백 실패로 시장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항암바이러스라는 신기술을 과연 신라젠이 개척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신라젠은 재도약을 자신한다. 자체 개발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에 승부수를 걸었다. 전임상에서 확인한 효능을 토대로 적극적인 기술수출을 타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젠의 자체 플랫폼이 어떤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까. 더벨은 SJ-600 시리즈 개발과 연구를 주도한 이동섭 서울대의대 교수(사진)와 오근희 신라젠 연구소장(상무)를 만났다.

◇CD55 장착 아이디어…정맥·반복투여 난제 해결
이동섭 서울대의대 교수
신라젠의 SJ-600 플랫폼 핵심은 'CD55'다. 바이러스 표면에 사람 CD55 수용체를 장착함으로써 기존 항암바이러스의 난제로 꼽히는 약물전달문제와 중화항체로 인한 효능 감소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이다.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의 가장 큰 난제는 약물을 종양에 직접 주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양 직접 주사는 과정이 까다롭고 정확도가 낮은데다 주사가 불가능한 환자들도 많아 선호되지 않는다. 다른 항암제처럼 정맥투여하면 혈액 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보체'에 의해 대부분 소멸된다.

또 하나의 난제는 투여 후 백신처럼 체내 중화항체가 생성돼 지속적인 투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효과가 급감해 주로 다른 치료제를 맞기 전 몇 번만 투여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오 소장은 보체에 저항성을 유도하는 수용체 CD55를 바이러스에 장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CD55로 정맥주사를 해도 종양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기존 20%에서 80%까지 증가했다. 나아가 CD55가 중화항체로부터 항암바이러스를 보호해 반복적인 투여도 가능해졌다.

오 교수는 "CD55가 보체공격에서 보호해주는 단백질이라는 점에 착안해 장착한 결과 동물(마우스) 실험에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며 "진정한 정맥투여 항암바이러스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실험을 진행한 이 교수는 "SJ-600이 사용하는 와이어스(Wyeth) 균주는 특성상 마우스에서 효과가 잘 나지 않음에도 높은 중화항체 저항성과 보체저항성을 입증했다"며 "이후 연구에서 폐암, 유방암 등 여러 원발암에 대한 효능을 확인했고, 전이암에서도 효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되살아나는 항암바이러스 관심…"신라젠이 주도하겠다"

한때 글로벌 빅파마들이 활발히 사들였던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은 상용화에 성공한 '임리직'의 병용 임상 중단 등으로 한동안 열기가 식은 듯했다. 종양직접주사의 벽과 지속 투여의 어려움이 개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로슈가 미국 바이오텍의 칼리비르의 항암바이러스 플랫폼을 사들이면서 다시금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칼리비르는 2019년 신라젠 펙사벡의 원개발사인 제네렉스 바이오테라퓨틱스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다. 정맥주사형 항암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라젠과 칼리비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비교

이 교수는 신라젠 플랫폼의 우수한 데이터로 항암바이러스 개발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는 "칼리비르의 VET플랫폼은 항암바이러스 개발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정맥투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전임상 실험에서 SJ-600 시리즈가 10배 적은 바이러스 양으로 더 높은 효능을 보여줘 개인적으로 사람에서의 효과가 더 좋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라젠 연구진과 함께 보다 자세한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체에서 치료 반응을 보다 높게 예측하기 위해 실제 암이 생기는 장기에 종양을 유발해 효능을 확인하는 '정위이식 모델' 실험, 치료법이 제한된 전이암 실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바이러스 생산을 위한 작업과 독성 실험 등을 거쳐 2년 뒤 본격적인 임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신라젠은 적극적인 기술수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임상에서 실시할 암종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것도 파트너사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이 교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도 신약물질에 대한 심사를 많이 해봤지만 SJ-600 플랫폼이 다른 어떤 항암바이러스 물질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다"라며 "향후 적응증, 용량, 바이오마커 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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