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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명예회장 보유 한국앤컴퍼니 지분, 활용 방법은 아들 조현범 회장 양도 가능성 무게…재단 설립도 경우의 수

임한솔 기자공개 2023-12-22 09:11:42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2차 형제의 난'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판정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조 회장이 효성그룹 등 여러 우군을 확보해 50%에 가까운 지분을 손에 넣으면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을 비롯한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가 철회되거나 혹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조 회장의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참전이다. 5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자 조 명예회장은 11일부터 사재를 동원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4.41%, 20일 종가기준 약 740억원어치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어렵사리 키운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수도 있는 위기에 놓이자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승기를 잡은 조 회장 측은 이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조 명예회장이 가진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의 문제다. 애초 조 명예회장은 2020년 조 회장에게 보유 지분을 모두 넘긴 뒤로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따로 보유하지 않았었다. 차남에게 그룹 지배력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다시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손에 넣었다.

먼저 조 명예회장이 앞으로도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상속하거나 생전에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최고 60%에 이르는 상속세율이나 상속 과정에서 법적 분쟁 등 또다시 형제간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조 명예회장이 형제 다툼에서 두 번이나 편을 들어준 조 회장이 주식을 넘겨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다. 다만 세법이나 조 회장의 재무부담 등을 따져봤을 때 단기간에 양도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이 주식을 주고받는 방법은 크게 증여 또는 양도로 나눌 수 있다. 그냥 재산을 넘겨주는 증여의 경우 세율이 상속세와 동일하게 최고 60%다. 반면 금전 등 대가가 오가는 양도는 계산이 좀 더 복잡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장외거래에 따른 증권거래세 0.35%가 붙는다. 여기에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최고 30%가 매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조 명예회장 지분을 조 회장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사들인다면 그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시가는 양도일 전후 2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또 시가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주식이 거래되거나 양도차익이 3억원 이상일 때는 이를 차감한 금액에 대한 증여세를 물게 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규모를 고려하면 미세한 가격 차이에도 양도 차액이 3억원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자료=20일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시간을 두고 주가가 정상화되기를 기다려 전체 양도 금액 자체를 축소하는 게 조 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로 보인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당 1만300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12월 들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공식화한 뒤 급등했다. 조 명예회장은 보유한 지분 대부분을 주당 2만원 이상에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0일 한국앤컴퍼니 종가는 1만7700원까지 떨어졌다. 향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뒤에는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유를 갖고 양도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대주주(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지분 1% 이상 보유)의 경우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일 때는 양도소득세율이 최고 30%이지만 1년 이상을 보유하면 세율이 25%로 낮아진다.

지분 양도를 서두를 수 없는 다른 이유는 조 회장의 조달 여력이다. 조 회장은 앞서 2020년 조 명예회장에게서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장외매매로 양수했다. 당시 취득자금 약 2447억원 가운데 보유 현금 24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이후 현재도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으로 26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 대출은 이자비용 가중으로 이어진다.

조 명예회장이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공익재단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의 역할 논란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공익재단 설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 명예회장이 직접 지분을 출연해 자신의 의지를 온전히 반영하는 재단을 세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맡고 있다. 조 이사장은 조 고문을 지지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참여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는 최근 언론과 만나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이 자신을 이사장 자리에서 몰아내려 했고 재단에 대한 지원도 끊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조 이사장이 재단을 사익집단화했다고 반박했다. 회사가 별도의 방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희경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은 회사와 관계가 없는 재단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앤컴퍼니는 "향후 회사는 별도의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활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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