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투자 예고' 대웅그룹, 업계 최초 'CIO' 신설 추진 지주사 대웅 구심점, 그룹 투자 진두지휘…초대 CIO로 전승호 대표 물망
김형석 기자공개 2024-01-18 10:06:0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웅그룹이 '최고투자책임자(CIO)'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확정되면 대웅그은 물론 업계서도 첫 사례가 된다. 보다 더 공격적이고도 체계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현재 초대 CIO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사진)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전 대표는 그간 사내벤처(CVC)와 연구개발(R&D) 그리고 글로벌 사업 분야에 집중하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힌다.
◇ 지주사에 CIO직 신설…R&D 파이프라인 공격적 확대 의지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그룹은 최근 지주사 대웅에 CIO직 신설을 논의하는 한편 이를 맡을 초기 인물로 전 대표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IO 신설은 대웅그룹의 지주사인 대웅에 신설되는 것으로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초대 CIO로 거론되는 전 대표는 대웅제약 임기가 오는 3월 26일로 끝이다. 연임 등의 여부 등도 조만간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대웅의 CIO 신설과 전 대표 연임 여부 등이 결정되면 전 대표를 초대 CIO로 내세우는 신설 직급 및 조직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CIO는 보통 투자업계에서 주로 쓰인다. 자산운용사나 PE 등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권에서는 이를 총괄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CIO 역할이 핵심이다.
이를 감아할 때 대웅그룹이 CIO직을 신설한 데에는 최근 집중하고 있는 R&D 및 CVC 등 관련 투자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적인 투자를 진두지휘 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발상이다. 한층 더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오픈이노베이션 차원에서의 바이오텍 등 지분 투자는 물론 추가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투자 역시 CIO의 역할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이 구사될 수도 있다. 최근 이른바 '빅바이오텍'이 제약바이오업계 트렌드가 되는 것을 볼 때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외형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초 윤재승 대웅그룹 회장이 대웅그룹의 CVO(최고비전책임자)로 경영에 복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윤 회장은 CVO라는 업계는 물론 재계서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직책으로 돌아왔다.
CVO는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환경적, 법적 요소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그룹의 전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다. 윤 회장은 오너경영에서 탈피하기 위해 CVO라는 자리를 만들어 복귀하는 방안을 택했다. 변화하는 제약업 환경에서 비전을 이끌고 나갈 구심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너경영이라는 구태를 피하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안이 CVO였던 셈이다.
대웅그룹은 이 같은 전략이 안착한 데 따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CVC를 공식 출범하면서 저 대표를 겸직 대표로 추대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아예 그룹 차원의 모든 투자를 검토하는 CIO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새로운 직책 신설을 추진케 됐다. 윤 회장의 CVO 역할을 중심으로 비전이 제시되면 CIO는 실제 구현하는 집행 책임자가 되는 셈이다.
현재 대웅제약은 최근 연 매출의 16% 이상을 R&D에 쏟고 있다. 지난해 9월 말까지 R&D 비용으로 1489억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매출 9024억원의 16.82%에 달하는 금액이다. 2022년과 2021년에도 R&D에 각각 2005억원(매출의 17.34%)과 1673억원(매출의 16.67%)을 썼다. 국내 주요 전통 제약사 평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10%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대웅그룹 관계자는 "전승호 대표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전 대표가 임기 이후 신설 예정인 CIO직을 수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 전승호 대표 R&D 확대 전략 주효
대웅그룹이 지주사 대웅의 초기 CIO로 전 대표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간 그가 실적 견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웅제약의 매출(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한 1조13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90%, 14.34% 증가한 939억원, 577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대웅제약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000억원, 130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창사 이후 최고치인 11%에 달한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는 신약 R&D가 있다.
대웅제약의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인 나보타는 60여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22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까지 출시했다. 펠수클루와 엔블로 역시 적응증 및 제형 확대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대웅제약에서 R&D 및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던 전 대표의 힘이 상당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대웅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안은 아니지만 CIO직 신설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고 전승호 대표를 선임하는 것도 이미 검토하고 있다"며 "전승호 대표가 6년간 대웅제약을 이끌면서 R&D 확대에 큰 공을 세운 만큼 지주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외부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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