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략적투자자(SI)가 봉은 아니잖아요. 딜클로징 안 될 수도 있습니다."지난해 11월 리딩자산운용이 평당 3800만원의 최고가로 강남파이낸스플라자(GFP)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업계에선 이런 말들이 오갔다. 사옥 이전을 꾀하는 SI를 등에 업고 남들보다 무려 200억원의 웃돈을 질렀으니 적정가치에 대한 의문을 충분히 살 만했다.
올해 초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리딩자산운용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던 SI가 고심 끝에 투자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양사 합의하에 입찰가를 제출했겠지만 우협 후보군들이 써낸 금액을 알고 나니 '오버페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7월 대신자산신탁은 평당 4000만원의 최고가로 강남 골든타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득실을 따져본 SI들이 발을 빼면서 딜이 어그러졌다. GBD(강남권역) 상업용 오피스 투자의 큰 손으로 떠오른 SI를 기껏 확보해놓고 아쉽게 기회를 날린 셈이다.
궁금증은 이들이 왜 이렇게 무리한 입찰에 나섰을까다. 업계는 시세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라도 레코드를 쌓으려 했다고 본다. 그룹사를 통해 든든한 SI를 소개받은 만큼 강남파이낸스플라자 인수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리딩자산운용이 시장의 눈높이를 고려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SI들의 마음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딜의 성패는 남들이 써낸 가격을 얼마나 근소하게 웃돌 수 있느냐의 문제다. 강남권역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과한 웃돈을 반길 전략적투자자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딜 무산의 의미는 각 물건마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펀드 수익구조를 아무리 잘 짜고 세부조건을 조정해도 터무니없는 인수금액이라고 생각된다면 투자자로선 입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다른 전략적투자자를 물색하며 늘어나는 시간과 비용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골든타워, 아크플레이스, 강남파이낸스플라자 등 지난해 하반기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매각 원점으로 돌아가는 지루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SI를 확보해 인수전에 나서는 것을 비판할 이유는 없지만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식의 입찰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우협 선정, 인수 불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을 써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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