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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빅파마'로 가는 길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4-02-23 08:51:2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생존전략은 주로 몇가지 선택지에서 다뤄진다. M&A 같은 투자가 될 수도 있고 사업전환이나 조직개편,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이 될 수도 있다. 외부인력 수혈을 통한 혁신도 방법이다.

빅파마를 지향하는 국내 제약사의 선택지도 보통 이 안에서 이뤄진다. 혁신신약을 생존전략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몸집을 키우거나 꾸준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외부기술이나 인재를 흡수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체질개선에서도 답을 찾는다.

최근 국내 투톱 제약사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 같은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다. 한미약품은 OCI 손을 잡으며 덩치를 키우는 한편 자금조달 길을 찾았다.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안정적 경영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다.

유한양행은 '오너십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기존 철학을 버리고 보다 강력한 리더십 체제를 갖추는 분위기다. 외부인력을 수혈하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고 바이오텍 투자 및 M&A를 통해 기술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제약사의 변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 몇 안되는 생존전략 선택지에 왜 업계 내 합종연횡은 고려되지 않느냐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셀트리온부터 중견 제약사까지 경쟁사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동종결합을 염두에 뒀지만 불발됐다.

이종결합보다 동종결합이 빅파마로 가는 길에 있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 제약이라는 공통분모로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경쟁사가 신약이라는 같은 지향점을 목표로 뭉친다면 전혀 다른 산업과 섞이는 것보다 더 나은 결론을 낼 수 있다. OCI에 안긴 한미, 오리온에 인수된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이렇다 할 시너지 포인트를 '돈' 말고 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동종결합이 성사됐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한 부분은 더 강화되면서 '1+1=2' 이상의 기대감이 나왔을 수도 있다. 변화해야 한다는 같은 공감대 속에서 서로의 손이 아닌 다른 산업군을 잡았다는 데서 이 같은 아쉬움은 배가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한번 이런 상상을 해본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만일 두 회사가 뭉쳤다면? 단순계산으로 매출은 4조원대 제약사가 탄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을 제치고 국내 압도적 '톱'이다. 업계 내 파급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의 존재감도 커졌을 수 있다.

신약연구에서의 시너지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한미약품은 대사질환, 유한양행은 항암과 면역질환을 강화하고 있어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는다. 이 중 항암에서는 양사 모두 풍부한 개발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역량을 보강해줄 수도 있다.

상상일 뿐이지만 동종결합은 이종결합보다도 더 많은 시너지 시나리오를 예상케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신약은 단지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업계 내 합종연횡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같은 목표를 위해 제약사끼리 뜻을 모은다면 어려울 것만 같았던 그 길이 보다 더 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지만 빅파마로 가는 길은 어쩌면 뭉치고 협업하는 데서부터 비롯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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