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트로닉스, 적자에도 '3년 배당' 약속한 배경은 주당 120원, 하한선 고정…보유현금 100억대 재무여건 '탄탄'
성상우 기자공개 2024-02-26 14:44:4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당 시즌을 앞두고 코스닥 상장사 이지트로닉스의 배당 정책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적자에도 3년간 일정규모 이상의 배당을 약속했다. 올해로 2년째 적자 상태에서의 배당을 이어오며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주주 환원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차원의 정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지트로닉스는 주당 120원의 현금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키로 결정했다. 배당안건은 내달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4월 12일에 지급된다.
발행주식총수(810만9954주)에서 자사주(23만834주)를 제외한 뒤 주당 배당금을 반영한 배당총액은 9억4550만원이다. 지난해 12월 31일(배당기준일) 기준 시가배당율은 1.5%다.
주주 입장에서 시가배당율 및 배당총액 규모가 그리 큰 수준은 아니다. 다만 회사가 순손실 상태임에도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지트로닉스의 첫 배당 결정은 지난해 2월 이뤄졌다. 당시 주당 120원 및 총액 9억7000만원을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2022년 코스닥 상장 이후 해가 바뀌자마자 첫 배당을 결정한 셈이다. 상장 이전엔 별도 배당을 한 이력이 없다.
첫 배당 결정 시점엔 전년도 적자가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이지트로닉스는 2022년 별도기준 연매출 216억원에 순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의 절반에 가까운 현금이 배당으로 추가 유출된 셈이다.
적자 상태에서의 첫 배당에 이어 지난해 9월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공표했다. 향후 3년간(2023년~2025년) 매년 최소 12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한선은 주당 120원으로 고정하되 상한선은 해당 사업연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올릴 수 있도록 정했다.
공시 시점이 9월 21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가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트로닉스는 별도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77억원에 순손실 11억원을 내고 있었다. 전년도 대비 적자폭은 줄었지만 연말까지 누적 적자 기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상태에서의 배당 뿐만 아니라 최소 배당액을 고정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이지트로닉스의 배당 정책에 주목도가 높은 이유는 상장 직후부터 배당에 나섰다는 점과 첫 배당 결정 시점에 이미 적자 상태였다는 점이다. 흑자 상태에서 배당을 이어오다가 적자로 전환한 뒤에도 종전의 배당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갓 상장한 기업이 적자 상태에서 중장기 배당을 공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소 배당금을 고정시킨 점도 다소 과감한 결단이라는 평가다.
사업 성장성에 대한 전사 차원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첫해부터 2년째 적자 상태지만 내부적으로는 초조한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다. 전기차향 전력변환장치 매출의 확실한 성장세를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갖는 분위기다.
실제 전기차 부문 매출은 지난해 통신 부문을 넘어서면서 빠른 확장세를 입증했다. 전기차 부문의 높은 마진율 덕분에 매출 비중 증가에 비례해 전체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올해 이지트로닉스의 흑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재무여건을 보더라도 현재의 적자와 연간 10억원 규모의 배당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별도기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대로 준수한 수준이다.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각각 490억원대, 52억원대다.
자본계정을 보면 상장 시 공모금 유입으로 탄탄해진 재무 펀더멘털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금성 자산(유동 금융자산 포함) 역시 110억원대로 넉넉하다. 재무여건이 비교적 탄탄한 상태에서 적자와 현금 유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주 환원책을 우선순위에 둔 모양새다.
이병균 이지트로닉스 전무(CFO)는 이에 대해 “상장 이후 첫 배당을 바로 실시하자고 해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를 주주환원 정책의 첫 스텝으로 삼고 꾸준히 이어가자고 (경영진에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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