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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의 변신]디지털 플랫폼 '수술', 신사업도 평가 대상②사업 재검토, 청산 수순…수익성 고려 '선택과 집중'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07 10:27:51

[편집자주]

신사업 육성은 장밋빛 미래를 향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일이다. 방산 핵심기업 한화시스템이 본격적으로 UAM,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을 추진한 뒤로 여러 해가 지났다. 지금까지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수익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선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방산, ICT 너머로의 진출을 꿈꾸는 한화시스템의 현황과 전략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시스템 신사업의 한 축인 디지털 플랫폼사업은 크게 2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핀테크사업을 하는 바닐라스튜디오, 블록체인 전문기업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이 해당한다. 각각 2021년 8월, 2021년 6월 설립됐다.

두 기업이 출범한 뒤 2년을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됐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결국 한화시스템은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디지털 플랫폼사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평가하는 한편 향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기로 했다. 꾸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신사업을 육성하면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바닐라스튜디오 쪽이다. 바닐라스튜디오는 지난해 말 베트남 자회사(VANI STUDIO VIETNAM JOINT STOCK COMPANY)의 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한국 본사 역시 청산 및 매각 등 정리 절차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중이다.

동남아 진출의 첫 무대였던 베트남에서부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게 원인이다. 바닐라스튜디오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쉽고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022년 3월 가장 먼저 베트남에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통합 전자지갑(E-wallet) 서비스 '바니 월렛(Vani Wallet)'을 선보였다. 현지 리테일, 프랜차이즈 등에서 제공하는 개별 멤버십을 한 앱에서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담았다. 바니 월렛은 출시 초기 베트남 앱마켓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닐라스튜디오 이외에도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자는 많았다. 고객 확보에 들어가는 마케팅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바닐라스튜디오 베트남 자회사는 출범 첫해인 2022년 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7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순손실과 마이너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속됐다. 이는 모회사인 바닐라스튜디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바닐라스튜디오가 베트남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도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은 바닐라스튜디오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앞서 2021년 9월 일거리 매칭 앱 '요긱(Yogig)', 2022년 12월 크리에이터 상거래 지원 앱 '어랏(A lot)'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인기 플랫폼 그랩과 협업해 구인구직 서비스 '줍(JOOB)'을 현지에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 역시 바닐라스튜디오처럼 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향후의 서비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 설립 이후 꾸준히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발굴하고 추진해 왔으나 현재는 신사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며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사업 재검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디지털 플랫폼기업 중에서는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2022년 7월 설립된 한화시스템 미국 계열사 르네상스(Renaissanx LLC) 얘기다. 르네상스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이력서 기술 활성화와 관련 시장 조성을 위해 세워졌으나 설립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청산됐다. 신사업의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디지털 플랫폼사업에 대한 정리 및 재검토가 이뤄진다는 것은 한화시스템이 상당한 규모의 투자 손실을 감내한다는 뜻이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384억원을 디지털 플랫폼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다른 신사업 종목에 대한 투자와 비교하면 위성사업(4835억원)보다 적지만 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UAM, 1164억원)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이다.

바닐라스튜디오와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이 디지털 플랫폼 투자 중 가장 많은 몫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바닐라스튜디오 모기업인 싱가포르 투자기업 에이치파운데이션(H FOUNDATION PTE, LTD.)에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20억원을 출자했다. 에이치파운데이션 산하에 있다 한화시스템 미국 법인 아래로 옮긴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의 경우 설립 후 약 467억원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시스템이 디지털 플랫폼 분야를 재정비한 뒤 추가 투자에 나설지,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선정할지 주목된다. 한화시스템은 바닐라스튜디오,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 외에도 로봇 전문 스타트업 럭스로보, 블록체인 플랫폼기업 람다256, 음악 저작권 플랫폼기업 뮤직카우의 미국 법인, 인공지능 플랫폼기업 비비티에이아이(VIVITY AI) 여러 기업에 자금을 넣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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