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대원제약, '오너 3세' 경영시험대…가능성과 한계 사이⑦벤처 손잡고 개발, '경구용·패치제·삼중 작용제' 차별화…초기물질 한계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07 10:21:25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원제약의 비만 파이프라인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만 3건이다. 여러 국내 바이오텍과 협업을 통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차별화를 꾀한 게 특징이다.비만 신약은 단순히 신약개발 그 이상 의미를 지닌다. 최근 경영권을 물려받은 오너 3세의 경영 능력 시험대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비만 치료제 개발 행보 하나하나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비만 파이프라인만 셋…협업으로 '속도·차별화'
대원제약이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영역 비만 치료제다. 세부적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DW-4222' △GLP-1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DW-1022' △GLP-1/GIP/GCG 삼중 작용제 등이다.
핵심 개발 전략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들 파이프라인 모두 국내 바이오텍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막론하고 다양한 업체와 협업에 나서고 있다. 협업부터 지분투자까지 범위도 넓다.
이는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바이오텍 파이프라인을 흡수하면서 단숨에 개발 단계를 끌어올렸다. 너도나도 GLP-1만 공략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형과 기전으로 차별점을 만들어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발 움직임이 가장 도드라지는 건 DW-1022이다. 2020년부터 마이크로니들 전문 개발 업체 라파스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물질이다. 주사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붙이는 제형으로 바꾼 점을 내세운다. 마이크로니들은 통증이 적고 바늘에 의한 2차 감염 부작용 위험이 없는 만큼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게 강점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으면서 본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오는 11월에 종료 예정으로 연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임상은 대원제약이 주도한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도 비장의 무기다. 2022년 5월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 글라세움에서 DW-4222을 도입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라세움에는 기술도입과 별개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 약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라는 점이 DW-4222(구 HSG4112)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도록 대사활동을 촉진해 비만을 치료하는 원리다. 구체적으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해 효능을 낸다. 식욕 억제 기전인 시판 비만 치료제들과 달리 근본적으로 치료에 접근한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임상 2상을 앞뒀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요즘 각광받는 GLP-1 유사체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경구투여가 어렵지만 DW-4222 주성분 부티글라브리딘은 저분자 화합물로 경구투여가 가능하다"면서 "식욕억제가 아닌 내장지방을 빼고 기초대사율을 올리는 에너지소비 증가 기전의 계열 내 최초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는 작년 5월부터 GLP-1/GIP/GCG 삼중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일라이릴리는 물론 후발주자 한미약품 등도 개발하고 있는 기전이다. 대원제약의 경우 이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단계다. 경쟁사보다 개발 속도는 느리지만 이를 능가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세 시대 개막 '승부수', 내부 인력 정비 및 개발역량 관건
비만 치료제 개발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는 경영 및 승계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창업주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 장남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형제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해 왔던 대원제약은 최근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올 초 백승호 회장의 장남 백인환 사장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숙부-조카 경영 체제가 만들어졌다. 백인환 사장과 사촌지간이자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인 백인영 상무도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자연스레 창업주 3세들은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극동에이치팜, 화장품 기업 에스디생명공학 인수합병(M&A) 등 승부수까지 던졌지만 이 것만으론 연 매출 1조원 제약사 목표엔 한계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시기 누렸던 감기약 특수까지 사라진 데 따라 매출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 위기를 타개하고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단이 신약 그중에서도 비만치료제가 꼽힌다. 오래 전부터 내수 제네릭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제약사의 신약개발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바라볼 정도로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임원 교체 및 조직개편 등이 추진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연구인력 및 인프라 확보도 고민거리다.
3분기 보고서상 핵심 연구인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주일 부사장 정도다. 개발 단계를 올리거나 임상을 직접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물질 자체를 외부역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들이 성숙하지 않은 초기 기술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 파이프라인 모두 같은 기전으로는 아직 상용화한 신약이 없는 상태다. 성장성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얘기다.
앞서 DW-4222 임상 2a상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데이터를 받아 든 것 역시 이런 우려에 힘을 보탠다. 당시 글라세움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식이요법 관련 조절이 원활치 않아 일관적인 데이터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복용 편의성, 저렴한 가격, 새로운 기전 등을 앞세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면서 "임상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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