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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HUG]늘어난 보증사고·바뀐 회계기준, 수익성 악화 '트리거'②IFRS 제1117호 도입, 1조대 '구상채권' 자산 제외…손익지표 비용 산입 증가

신상윤 기자공개 2024-03-11 07:58:18

[편집자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위태롭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 탓에 주거복지와 도시정비 활성화라는 공적 영역의 보증업무가 가중되면서 이례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적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HUG의 재정을 메꾸기 위해 대규모 출자와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벨은 지난해 취임한 유병태 사장 체제 아래 HUG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보증공사(HUG)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보증한 각종 상품의 지급 상황이 급증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회계기준이 변경에 따른 자산 인식과 손익 평가 등의 조정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분양 보증사고 급증,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아

7일 HUG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 관련 사고로 집계한 건은 1만9350가구다. 금액으로는 4조3347억원에 달한다. 2022년 전세보증 사고 건수가 5443가구에 보증금액이 1조172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255.5%, 269.7%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해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을 변제한 대위변제액은 3조5544억원이다. 2022년 9241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HUG 전세금 대위변제액은 284.6% 급증했다. 향후 집주인인 담보 처분 등으로 돌려받을 순 있지만 대위변제액 자체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증가했다.

기업의 경우 HUG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주택분양보증이 있다. 사업주체가 부도 등의 이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HUG가 계약자에게 계약금 또는 중도금을 대신 환급하는 상품이다. 광주에 거점을 둔 에이치케이레져와 한국건설이 최근 사업을 포기한 '광주 산수동 한국아델리움'에 대해 HUG가 분양계약자에게 분양이행 또는 환급이행을 결정한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HUG 분양보증 사고 금액은 1조1201억원으로 집계된다. 2021~2022년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시기엔 발생한 적이 없는 사고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미분양 물량 급증 등의 영향으로 HUG를 통해 주택분양보증 상품을 이용했던 사업장들에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HUG는 올해도 개인 및 기업향 보증상품의 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각종 보증상품의 사고가 증가하면서 HUG는 2022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UG는 1993년 민간 중심으로 설립됐던 주택사업공제조합을 모태로 본다. 2015년 공공기업으로 전환한 이래 2022년 적자 기록하기 전까지 연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던 곳이다. 국내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HUG의 재무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IFRS 제1117호 도입, 자산·부채·손익 영향

보증사고의 증가가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HUG의 재무건전성 악화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회계기준 변경이다. 보험계약의 일종인 구상채권과 관련해 회계기준이 기존 제1104호에서 제1117호로 변경된 데 기인한다.

2021년 4월 제정된 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는 HUG와 같이 보증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손익계산서에서도 기간을 고려한 '발생주의'에 근거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도입한 이 제도는 HUG뿐 아니라 보험사들도 겪는 비슷한 문제다. 실제로 회계기준 변경으로 HUG는 감사보고서 자체를 수정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재무제표에서부턴 회계기준 제1117호를 적용하고 있다. 2022년말 HUG 재무제표는 대거 수정됐다.


일례로 HUG가 당초 제출했던 2022년말 재무제표상 자산총계는 8조6612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기초인 2022년 말 자산총계는 7조5685억원으로 수정했다. 회계기준이 변경된 만큼 기초 수치를 변경한 것이다.

가장 크게 줄어든 항목은 기타자산으로 분류했던 구상채권이다. 구상채권이란 보증사고 발생으로 지급한 보증금 가운데 담보자산 매각이나 구상권 등의 행사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과거 10년 경험률을 기초로 산출한 값을 말한다. HUG가 지난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구상채권을 자산으로 반영하고 있었으나 변경된 회계기준에선 빠진다.

HUG는 2022년도 감사보고서를 수정해 제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감사보고서에선 변경된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보면 2022년 말 HUG 재무제표상 자산은 기존보다 1조927억원 줄어든 규모다. 부채와 자본도 각각 2481억원, 8446억원 줄어들면서 전면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회계기준 제1117호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손익계산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발생주의에 근거해 수익을 인식하면서 영업비용에 현금흐름을 고려한 보증영업비용 등이 새롭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2022년 상반기 영업비용은 기존 4672억원에서 6261억원으로 1589억원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HUG가 제출한 2022년 상반기 감사보고서상 영업이익은 459억원의 흑자를 기록됐으나, 지난해 상반기 감사보고서상 2022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601억원으로 변경돼 있다. 2022년 상반기 357억원이던 순이익도 변경된 회계기준에선 마이너스(-) 1873억원으로 조정됐다. 회계기준의 변경이 재무제표와 더불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 급증으로 인한 대위변제 금액이 증가한 영향 등이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쳤다"며 "아울러 지난해부터 변경된 회계기준이 시행되면서 자산과 부채, 손익을 측정 및 표시하는 방식이 바뀐 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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