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은 왜 고려아연 상대로 쟁점을 만드나 '신주발행' 두고 대척점 선 영풍 vs 고려아연, 진짜 논점은 지분율·배당?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22 07:33:0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대외적으로 맞붙은 쟁점은 신주발행의 방법과 적합성이다. 영풍은 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 참여해 관련 정관 변경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비토권을 확인했다. 주총 참여와 함께 작년 진행된 신주발행에 대한 소송전도 불사했다.영풍으로서는 기업간 대결로 할 수 있는 공격 카드를 모두 쓴 셈이다. 수비 측인 고려아연도 질 생각이 없다. '기술 시너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이를 애써 부정하는 것',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는 강한 답변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런데 영풍과 고려아연의 다툼이 정말 정관과 상법에 대한 해석차 때문일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비하인드를 떠나 주주가치 제고와 안정적 경영으로 맞붙은 한진칼과 한국앤컴퍼니만 봐도 그렇다. 이면에 숨은 진짜 목표는 따로 있더라도 일단 전쟁을 일으키려면 명분은 꼭 필요하다. 국가간 전쟁이 흔했던 과거에도 명분 없는 전쟁은 평가가 나빴다.
전쟁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면 원하는 바가 있는 쪽은 언제나 공격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먼저 공격수의 위치에 선 영풍은 왜 '진짜 전쟁'에 뛰어들었을까. 그리고 왜 신주발행 적합성을 명분삼아 먼저 공격하고 나섰을까.
◇양측 주장은
고려아연은 20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13일 발행한 액면금 5000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8월 30일 HMG글로벌 및 그 계열회사와의 전략적 사업제휴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알린 바 있다. 9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고지했다. 발행금액은 5272억원으로 명시됐다. HMG글로벌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고려아연의 지분 약 5%를 인수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결정이 법과 정관에 위배된다고 했다. 정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경영상 필요성이 있으면서 발행 대상은 외국의 합작법인이어야 하는데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직접 참여한 합작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법상 요건인 경영상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봤는데 결과적으로는 목적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으로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제3자 신주발행이 필요치 않았고, 결국 목적이 경영권 유지와 확대라는 게 영풍의 해석이다.
조금 더 쉽게 풀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에 5% 신주를 발행해 우호 지분을 늘렸다고 봤다. 신주가 발행되며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됐고, 그 여파로 영풍의 지배력도 줄었다. 영풍은 5% 신주발행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모든 절차가 상법과 정관상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또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미 사안을 인지한 상황에서 동의한 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반론을 담은 설명자료에는 "영풍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거나 "HMG글로벌의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도 찬성하면서 HMG글로벌에 대한 유상증자를 문제삼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는 등의 강한 표현도 담았다.
주주총회에서도 관련 건으로 맞붙었다. 고려아연은 외국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을 상정했다. 영풍의 반대로 부결됐다.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을 제외하고 가장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편을 들었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약 8%다. 둘 사이의 쟁점이었던 배당과 정관변경 모두 고려아연의 제시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영풍은 무엇을 노리나…우선은 35% 지분 회복
영풍이 노리는 게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총 반대나 소송전이 영풍에 유리하게 끝날 경우의 효과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주총 반대로 영풍은 일단 비토권을 증명했다.
소송전에서 이겨 신주발행이 무산되면 5%의 고려아연 우호 지분은 무효화된다. 결국 영풍의 지배력을 공고히하는 효과를 노렸다. 많은 쟁점 중 왜 신주발행을 문제삼았는지에 대한 답도 된다. 고려아연과 백기사 쪽으로 흘러갔던 지분이 원점이 되는 셈이다.
5%의 기업 지분은 공시에서도 별도 기재될 만큼 적지 않은 분량이다. 영풍은 HMG글로벌의 제3자 신주발행으로 낮아진 지분율을 복구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보통결의에서도 고려아연을 확실히 저지할 만한 지분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영향력이 커진다.
영풍이 우선 원하는 건 고려아연 지분 35% 확보로 해석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와 지분 맞교환을 하기 전 영풍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이 35%였다며 이 수준까지의 회복을 목표한다는 전언이다.
최근 3년 간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지분율의 차이를 보면 영풍의 지배력 약화가 나타난다. 2021년 말에는 영풍의 지분율이 27.49%, 장형진 영풍 고문의 지분이 3.83%였다. 영풍정밀이 1.56% 수준이다.
이밖에 장 고문 일가의 지분과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지분들을 더하면 약 35%가 나온다. 2022년 말에는 영풍의 지분율이 26%대로 내렸고 2023년 말에는 25%대가 됐다. 장 고문의 지분도 하락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자사주 109만6444주(6%)를 한화와 LG화학 등의 자사주와 교환하고,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하면서 우호지분을 27.31%까지 늘렸다.
취합해보면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영풍 측이 31.57%, 고려아연 측이 32.10%가 됐다고 영풍은 해석했다. 2022년 6월 기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35.22%로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 지분율 18.74%보다 2배 높았지만 역전됐다는 설명이다.
◇왜 고려아연 지분확보가 중요할까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독립경영을 약속한 곳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각각의 회사에서 상대편의 지분을 보면 고려아연은 앞서 적은 대로고 영풍은 장 고문을 필두로 한 영풍 측 지분이 많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에는 고려아연 측 지분이, 영풍에게는 영풍 측 지분이 더 확보돼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실질 경영자나 통상적인 기업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상한 지분구성은 아니다.
그런데 영풍에게 영풍의 지분율도 아닌 고려아연의 지분 확보가 이렇게 중요한 이유가 뭘까.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고려아연이 '잘 나간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사업적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실적을 내고 있다. 한해동안 실질적으로 플러스(+) 수익을 얻는 곳이 고려아연 배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축소, 더 나아가 고려아연의 독립 발판이 마련되는 건 영풍에게 꽤 불리하다.
배당금 지급까지 마무리된 최근 5년(2018~2022년) 실적과 배당금 추이를 보면 영풍의 영업손실은 1371억원이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이 기간 357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풍에게 고려아연의 배당이 주요 수익원이라는 점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영풍이 제안한 배당 증액 안건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려아연은 5000원, 영풍은 1만원의 안을 냈다. 중간배당 등을 합하면 고려아연은 전년 기준 1만5000원을 배당하는 셈이다. 2만원이었던 직전 배당보다는 줄었다. 영풍은 현상유지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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