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지금]5년만에 공식석상 등장...김승연 회장의 행보 의미①삼남 김동선 부사장 보폭 확대…아버지도 첫 지원사격
조은아 기자공개 2024-04-17 10:20:13
[편집자주]
한동안 조용했던 한화그룹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8월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사업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5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등판했다. 두 아들이 담당하는 계열사를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하며 힘을 실어줬다. 우연의 일치일까. 김 회장의 행보 자체가 대외적 메시지이자 시그널이다. 사업 전열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세 아들의 사업 영역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벨이 이번 한화그룹 사업재편의 함의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5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 총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그들 역시 자신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를 모를 리 없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 역시 매우 큰 만큼 '그냥' 하는 경우는 없다. 사전에 강도와 시기를 놓고 조율을 거듭한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5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는데 장소는 물론 타이밍 역시 심상치 않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계열사를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했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한화그룹의 사업재편을 승계와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은 3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를 방문하며 5년 4개월 만에 현장 경영 활동을 재개했다. 이전까지 마지막 행보는 2018년 12월 베트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준공식, 2019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였다.
이후 김 회장은 2021년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의 미등기임원을 맡으며 7년 만에 그룹 경영에 공식 복귀했다. 이후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김 회장은 매년 1월 2일 사내방송을 통해 신년사를 직접 읽으며 그룹 내부엔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외부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등장하는 것도 어느덧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재계에 거세게 불었던 세대교체 바람 때문으로 보인다. 1~2세의 시대가 어느덧 막을 내리고 3세 오너경영인들이 재계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등장했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두문불출하면서 건강 악화설 등 여러 말이 나왔으나 그것보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도만 제외하면 김 회장이 한창 활동하던 시기 함께 했던 다른 그룹 총수들이 외부 활동에 더이상 나서지 않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침묵을 깨고 김 회장이 활동을 재개한 이유를 놓고 재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김 부회장과, 한화로보틱스에선 김 부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의 행보가 승계를 염두에 뒀다는 점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사실 이미 그룹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김동관 부회장의 경우 김 회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김동선 부사장은 다르다. 승마 선수가 아닌 기업인 김 부사장이 김 회장과 경영 현장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두 형들과 비교해 그룹 내 입지가 약했던 김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한화로보틱스를 비롯해 한화그룹의 기계 사업이 김동선 부사장 몫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행보로 보인다.
김 회장이 등판한 뒤 한화그룹의 사업재편이 발표됐다는 사실 역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지주(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만들고 이 회사에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 지분 100%를 넘기기로 했다. 동시에 ㈜한화는 모멘텀부문을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재편의 중심엔 기계 사업이 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거느리는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를, ㈜한화 모멘텀부문은 이차전지 장비를 각각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만든다. 세 회사 모두 김 부사장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사장은 이전까지는 유통 사업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유통 사업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에 그친다. 방산과 화학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을 모두 담당하는 김동관 부회장이나 금융 사업을 담당하는 차남 김동원 사장과 비교해 존재감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지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앞서 1월 김 부사장은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2017년 한화건설을 떠난 지 7년 만의 복귀다. 몇 달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한화로보틱스에도 전략기획담당으로 합류했다.
김 부사장이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은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김동관 부회장만큼이나 많다.
김 회장이 대외적으로도 건재함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올들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놓고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승계 작업이 여전히 자신의 주도로 '현재진행중'인 만큼 편법을 동원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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