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사 최고의 걸작은 어떤 작품일까. 수많은 이름이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꼽는다. 장대한 톨킨의 서사시를 기대 이상으로 구현한 완성도와 영화계의 불모지였던 판타지 장르를 양지로 끌어올린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하지만 사실 제작, 기획 초기 반지의 제왕 영화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영화란 매체가 길고 클리셰 덩어리인 원작을 담기엔 맞지 않다고 평가됐다. 판타지 영화에 필수인 CG 등 시각효과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나쁜 점, 높은 제작비로 인한 리스크 우려도 컸다.
반지의 제왕을 이야기한 이유는 최근 스테이지엑스의 상황과 겹쳐 보여서다. 내달 정식 출범을 앞둔 스테이지엑스는 컨소시엄 구축, 주파수 경매부터 법인 설립까지 우려와 의심 속에 사업을 전개 중이다. 업계에서 만난 이통사, 정치권 등 상당수 관계자가 부정적인 전망을 표했다.
제4이통이란 거창한 단어 대비 스테이지엑스가 보여준 게 없는 것은 사실이다. 클라우드 코어망과 망 임대 사업 모델, 자금력도 추가 논의와 증명을 거쳐야 한다. 다만 제4이통 등장은 22년만이다. 앞선 과정이 사업과 투자 초기 겪는 자연스러운 준비, 시행착오일 수 있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스테이지엑스 청사진이 알맹이가 없진 않다. 클라우드 코어망은 국내 이통3사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북미에선 AT&T가 5G 코어 네트워크의 MS 애저 클라우드 전환을 결정했다. 망 임대도 au망을 빌린 뒤 자사망을 넓히고 오픈랜을 적극 활용한 라쿠텐 모바일이 있다.
그간 주파수 투자, 자금력이 통신 사업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신기술로 비용 부담을 낮추는 길이 발굴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중심으로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스테이지엑스의 출사표를 지레 평가절하해선 안될 일이다. 반지의 제왕이 발전된 CG, 촬영 기술로 기우를 불식시킨 것처럼 스테이지엑스가 그런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따가운 시선에도 스테이지엑스는 사업 본격화를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서비스를 출시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직원을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취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 담당 고위 임원 영입도 사실상 완료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스테이지엑스를 향한 섣부른 네거티브는 미루는 게 좋아 보인다. 영화 평론을 개봉, 시사회 후 해야 하는 것처럼 사업도 본궤도 올린 뒤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스테이지엑스가 본인들의 사업을 스크린에 내놓을 때까지 한 번 참을성 있게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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