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재도약의 시간]'메모리 혹한기 버텼다' 연매출 2000억 도전②통신·차량용 메모리 '호조' 기대, 가격 협상 변수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20 07:34:59
[편집자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국내 3번째 메모리 기업이 있다. 올해 들어 '온디바이스 AI'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한 제주반도체다. 사실 제주반도체의 진짜 경쟁력은 온디바이스 AI가 아닌 'AIoT' '텔레매틱스' 등이다. 전방산업이 흔들리면서 최근 2~3년 동안 부진했으나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을 노린다. 제주반도체의 주요 사업과 성장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반도체가 지난해 전례 없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선방했다. 독특한 품목과 사업구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덕분이다.작년 말부터 제주반도체의 주력인 메모리 시장이 완연한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AI) 분야가 대부분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제주반도체에도 기회의 문이 열리는 흐름이다. 메모리 호황기로 여겨지는 2021년의 성적을 올해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배경이다.
◇2024년 1분기부터 호성적, 짙어지는 5G 효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3년 연간 적자를 면치 못한 건 수요 급감으로 메모리 재고가 대폭 늘어난 점이 컸다. 반도체 공장 특성상 가동 중단할 수 없어 웨이퍼 투입 속도를 줄이는 식으로 감산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마찬가지로 메모리를 다루는 제주반도체는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1460억원, 175억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1993억원·201억원), 2022년(1750억원·282억원)보다는 부진했으나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선전한 것이다.
제주반도체가 공급하는 저용량 및 특수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고용량 제품 대비 가격 변동 폭이 작은 편이다. 또한 자체 팹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와 재고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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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뒤집어보면 업황이 개선될 때 그만큼 상승세를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큰 변화 없이 실적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제주반도체의 성장 한계였다.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도 없다.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는 "(저용량 메모리는) 가격을 함부로 올리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데 이를 만회하려면 4배의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전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제주반도체는 급성장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노렸다. 생태계가 형성되는 단계여서 기존 영역보다 수익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제주반도체는 선제적으로 퀄컴, 미디어텍 등 글로벌 기업의 5G IoT 칩셋 인증을 받으면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마이크론을 제외하고 메모리 팹리스 중 유일하게 퀄컴, 미디어텍의 5G IoT 칩셋 인증을 획득했다. 통신 쪽 고객이 제주반도체 제품을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주반도체 매출에서 5G IoT향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5% 미만이었다면 올해는 30~40%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5G 연결 기기 수가 지속 확대되는 영향이다.
이는 이번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제주반도체는 2023년 1분기 매출(426억원)과 영업이익(48억원)이 2022년 1분기 매출(300억원), 영업이익(29억원) 대비 크게 향상됐다.
현금흐름도 좋아졌다. 작년 말 131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334억원으로 2.5배 이상 불었다. 매출 자체가 늘어난 데 더해 기타이익이 증가하고 기타손실이 감소한 부분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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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품 판가 상반기 내 결정
오토모티브도 제주반도체의 기대 요소다. 지난해 유럽 전장업체에 멀티칩패키지(MCP)를 공급하는 등 해외 자동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 상태다. 자동차 품질 인증인 'AEC-Q100'까지 확보하면서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통신, 자동차 등이 동반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올해 연매출 목표를 2000억원 내외로 설정했다. 역대급인 2021년 연매출 1933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2025년, 2026년으로 가면서 연평균 25% 성장률을 예상하기도 했다.
관건은 고객과의 가격 협상이다. 통상 매년 5월 말, 6월 초에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만간 결정될 텐데 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판가가 바로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서 우선 실적을 사업 계획상 작년보다 높게 잡긴 했다"면서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이제 막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추세라 단번에 확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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