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08: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 법인은 저희 입장에서 중요한 곳이 아닙니다.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없고 지분 관계도 없어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회장이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곳도 아닌데 해당 법인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시는지 모르겠습니다."A 법인은 국내 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해당 집단은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을 넘기며 신규 대기업 그룹으로 지정됐다. 올해 지정 1년여 만에 총 자산이 전년대비 60% 이상 불어나며 대기업 순위 40위권에 진입했다. 동 기간 전체 계열 법인 수는 소폭 줄었지만 순익이 가시적으로 성장한 덕이다.
A 법인은 해당 그룹 측 입장처럼 계열 내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아니다. 그룹 주력 제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 전기 공사만 단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 관점에선 그룹 내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시장 경제 차원에서 볼 때 A 법인의 존재는 크게 부각된다. 매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하는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코스닥 상장사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자금이 A 법인으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문제는 A 법인이 정부 대기업 집단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라는 점이다. A 법인이 총수 일가 지배 법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룹 회장과 4촌 관계인 대표자가 대주주로 있고 그가 1인 사내이사로 경영하고 있다.
최근 신규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탓에 A 법인과 그룹 주요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해 기준 이들 간 거래 규모로 미뤄볼 때 A 법인이 수익의 대부분을 그룹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해 A 법인 매출 92% 이상이 그룹 계열사 거래로부터 발생했다.
거래 체결 방식도 A 기업 입장에선 손쉬웠다. 타 전기 공사 업체들과의 서비스 및 가격 경쟁 결과 우위를 점해 계약 당사자로 선정된 것이 아닌 그룹이 이미 A 법인을 사업 적임자로 두고 체결한 수의계약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거래 방식은 지난해 해당 그룹이 신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경쟁입찰 형태로 전환됐다.
그룹은 A 법인이 스스로 중요치 않은 곳이라 말하지만 과연 주주도 이와 같은 마음일지 되묻고 싶다. 해당 법인과의 내부거래가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 회사에 가장 많은 효익을 가져다주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매년 수백억원대 자금이 A 법인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주주의 이익 훼손 여지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이사회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그룹 입장은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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