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공모채 발행 5000억…지주사 피하는 부채 활용법 한화건설 흡수합병 이후 회사채 발행액 급증…높아진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 '부담'
백승룡 기자공개 2024-09-02 15:20:2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가 반년 만에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올해만 최대 5000억원에 달하는 외부차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간 3000억원 안팎의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던 ㈜한화는 지난해부터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인 데다가 한화건설 합병 이후 자금 소요가 늘어났다.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를 택하지 않은 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 가까워지면서 의도적으로 부채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300억 이어 증액, 한화건설 흡수합병 이후 공모조달 ‘잰걸음’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내달 2일 수요예측을 거쳐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만기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눠서 구성했다. 현재 회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이다.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가 공동으로 맡는다. ㈜한화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발행액을 증액할 예정이다.
㈜한화가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2월 2500억원 발행 이후 반년 만이다. 당초 1월 회사채 시장을 찾아 2500억원 발행에 나섰지만, 발행일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 상의 금리가 잘못 기재되면서 2월 재차 발행 절차를 밟았다. 이번 회사채 증액 목표치 기준으로 ㈜한화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총 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한화의 올해 공모조달 규모는 지난 2011년(69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신용등급이 A급으로 비우량채로 분류돼 비교적 신중하게 공모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0년 들어 ㈜한화의 공모채 발행액 추이는 △2020년 2470억원 △2021년 3000억원 △2022년 1500억원 △2023년 4300억원 등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차입 규모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2022년 11월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한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합병 직전 한화건설은 부채비율이 800%를 웃도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컸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화 건설부문은 4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재호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합병 시점 한화건설의 재무부담은 ㈜한화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한화건설 합병 이후 건설부문 운전자금 확대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고 짚었다.
㈜한화의 재무적 부담은 높아졌지만 그룹의 부실 전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평도 있다.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한화건설은 합병 전 신용등급이 A- 수준으로 높지 않아 레고랜드 사태 전에도 공모시장에서 투자수요를 모으기 빠듯했다”면서 “㈜한화로 합병되면서 투자수요가 1조원을 웃도는 등 투심이 우호적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가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낮아진 데다 투자 포트폴리오상에서도 건설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화건설 이후 자회사 주식가액 규모 급증…부채 늘려 ‘지주사 전환 요건’ 피해가나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한화는 한화생명보험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이는 ㈜한화의 자회사 지분투자 규모가 늘어나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 가까워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강제 전환된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지분율 36.15%),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95%), 한화생명보험(43.24%) 등 그룹 핵심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등 지주회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금산분리’ 요건에 따라 한화생명보험 등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화생명보험을 필두로 한화생명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부문은 한화그룹 내 자산·이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며 “금융회사를 포기할 수 없어 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지주회사를 활용하는 현재의 방식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화가 지난 2022년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을 합병하면서 한화생명 주식가액으로 1조4491억원을 반영, 전체 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의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10조5065억원인데 자회사 주식가액이 4조원을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자회사 주식가액이 5조원을 웃돌게 되면 한화그룹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수 있는 상태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화가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산총액을 높여야 한다.
㈜한화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부채 규모를 키워, 자산총액 확대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와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예년 대비 크게 늘어난 배경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화의 자산총액은 11조326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반년 만에 약 8000억원가량을 끌어올렸다. 같은기간 자본은 3조3997억원에서 3조2116억원으로 줄었지만, 부채는 7조1068억원에서 8조1145억원으로 늘었다. 부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목적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라며 "지주회사 전환 요건은 아직 버퍼가 남아있는 만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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