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M&A 승부수]'염가매수' 기회 포착, 신세계와 전략적 '윈윈' 구도③'제주소주' 기업가치 협상 '우위' 선점 예상, 신세계 투자금 전량 회수 불가 '무게'
정유현 기자공개 2024-09-20 07:38:16
[편집자주]
맥주 '외길인생'을 걷던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를 발판으로 글로벌 수출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더벨은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사업 방향 등 시나리오를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비맥주가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제주소주'를 인수한다. 적자가 쌓이고 있는 소주 사업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던 신세계그룹 측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니즈가 맞물리며 매각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결과적으로 양사가 '윈윈'한 상황으로 보이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오비맥주에게 더 유리한 거래로 읽힌다. 제주소주가 보유하고 있는 라이선스와 브랜드 가치, 사업 잠재력 등을 염가(매우 싼값)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홍콩에 위치한 AB인베브 아태사업법인 주도로 제주소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거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주소주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2016년 190억원에 지분을 사온 곳이다. 하지만 이마트에 인수된 후 적자를 지속했고 사실상 '푸른밤' 소주의 사업이 철수됐다. 적자 기업의 지분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양사가 딜 가격을 공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적자 상태의 기업을 사오기 때문에 가격 책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오비맥주에게 유리하게 딜 구조가 짜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닌 상황이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에서 손실을 감수하지만 기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다.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거래 대금이 들어오는 것도 유동성에 일부 보탬이 될 수 있다.
신세계가 제주소주를 떼어내는 것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키우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제주소주 인수(190억원)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입한 금액은 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제주소주 인수 후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 브랜드로 리뉴얼해 출시했다. 이마트의 전국 유통망을 발판 삼아 푸른밤을 판매한 영향에 매출액은 2017년 12억원에서 2020년 50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손실도 크게 불었다. 소주 시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다.
누적 적자가 수백억원이 넘어서자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철수하고 이마트의 주류 전문 자회사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2021년에 흡수합병 시켰다. 신세계L&B는 제주소주의 유형자산과 부채를 떠안은 후 생산 시설을 활용해 소주 ODM 사업을 추진했다. 신세계L&B는 동남아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과일소주를 생산해 납품을 하면서 매출을 일으켰다. 소주 ODM은 국내에서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신세계L&B가 와인 유통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적자를 지속하는 소주 사업을 3년 만에 다시 떼어냈다. 올해 8월 6일자로 '제주소주'가 분할이 완료됐다. 당시는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목적을 밝혔지만 소주 사업을 분할 한 것 자체가 외부에 매각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이다.
오비맥주는 과거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 할 당시 주목했던 맥락에서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매력적으로 평가했던 것은 크게 라이선스 획득과 브랜드 가치였다. '제주' 브랜드는 청정·여유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 제주소주 인수를 통해 신규 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까지 얻을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제주소주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와 잠재력은 8년 전과 비슷한데 더 싸게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오비맥주 측이 빠르게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 확인 외에는 구체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글로벌 성장' 전략 가속화
- 교촌F&B, 첫 무상증자 배경 '실적 자신감'
- [네오팜은 지금]핵심 타깃 스위치 전환, 글로벌 영토 확장 '승부수'
- [2024 이사회 평가]'사외이사 의장' 체제 진에어, 평가 프로세스는 '미흡'
- [네오팜은 지금]'신의 한 수'된 잇츠한불의 베팅, '수익성·승계' 효자
- [2024 이사회 평가]현대홈쇼핑, 소위원회 다양성 '강점'‥실적 개선은 과제
- [네오팜은 지금]'코스메티컬' 퍼스트 무버, 이익률로 존재감 '증명'
- [캐시플로 모니터]사조씨푸드, '재고 관리+김 수출' 덕 현금 흐름 회복
- [thebell desk]오너일가 '초고속' 승진과 '품격'
- [캐시플로 모니터]신세계, 여윳돈 소진에도 '리테일 혁신' 방향성 굳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