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현물이전 앞두고 운용사도 ‘분주’ 내달 15일 시행, 신규 고객 확보 물밑전쟁 치열
황원지 기자공개 2024-09-26 07:54:59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10:38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을 앞두고 사업자인 판매사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제도 시행 전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비해야 하는 판매사들이 운용사에 퇴직연금 클래스 판매를 요청하면서다. 이미 판매처가 많은 대형 펀드보다는 중소형 펀드 위주로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다수의 판매사에 퇴직연금 클래스를 새롭게 열고 있다. 기존에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에 클래스만 추가하기도 하고, 아예 거래를 하지 않았던 판매사에 펀드를 새롭게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유진자산운용의 경우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유진챔피언공모주 1호’의 C-P2, C-Pe2 클래스를 추가했다. 삼성증권에서도 ‘챔피언중단기채’의 C-R클래스를 추가했다. C-P2와 C-Pe2, C-R 클래스는 퇴직연금 전용 클래스다. 이밖에도 대형 증권사에서 몇몇 펀드의 퇴직연금 클래스를 추가하고, 신규 펀드 라인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영자산운용은 기존에 퇴직연금 전용으로 만들어 놓은 펀드들에서 요청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자산운용은 공룡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이나 신영마라톤이 아닌 퇴직연금 전용 펀드를 따로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신영퇴직연금배당’이나 ‘신영퇴직연금가치’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기존 대형 펀드의 퇴직연금 클래스보다는 이러한 퇴직연금 전용 펀드들을 새롭게 판매사 라인업에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도 퇴직연금 상품을 위주로 판매사를 넓히고 있다. 퇴직연금 펀드로 유명한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1호’를 이달 4일 미래에셋증권 라인업에 올린데 이어 이번달 11일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배당’ 펀드를 신한투자증권 판매 상품으로 올렸다. 두 펀드 모두 설정액은 280억원 수준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오는 10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이전까지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운용 중인 상품을 모두 현금화해야 이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번거로워 한번 사업자를 선택하면 사실상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옮겨갈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내 45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ETF 등 보다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또한 통상 은행보다 증권사가 높은 편이라 고객을 유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DC형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 단순평균은 은행(13.70%)보다 증권사(14.36%)가 더 높았다.
이에 대비해 증권사와 은행 양쪽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물밑전쟁이 한창이다. 은행은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증권사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취급하는 펀드를 늘리고 있다.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해당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상품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확장 속도에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판매 펀드를 늘려야 한다고 해서 아무 펀드나 올리진 않기 때문이다. 올해 판매사 위험등급 제도가 시행되면서 판매사들의 상품에 대한 관리 의무는 더욱 강화됐다. 때문에 판매사들도 새롭게 거래할 운용사의 기준과 판매할 대상 펀드의 기준을 확립한 곳들만 영업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과 관련해 전산 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타 증권사에서 상품을 옮겨오고, 이를 고객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려면 전산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당장 제도 시행일인 다음달 15일까지 이를 완료해야 하기에, 아직 시스템 준비가 되지 않은 사업자들은 판매 펀드를 늘리는 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현물이전을 대비한 시스템 개발이 지연돼 아직 새롭게 편입할 대상펀드 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곳도 많다”며 “반대로 이미 정비를 끝내고 대상펀드 선정까지 마무리지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선두에 서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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