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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에스엠씨지 자동화 라인, 전기로 화장품 유리용기 생산국내 유일 전기용해로 시설 보유, 글로벌 고객사 확장 집중

안성(경기)=김혜란 기자공개 2024-10-30 08: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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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있는 화장품 유리용기 제조개발생산(ODM) 에스엠씨지(SMCG) 공장에 들어서니 30톤급 트럭이 막 공장에 들어와 파유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중국에서 세척까지 완료한 뒤 수입한 파유리라고 했다.

화장품 유리용기는 파유리와 규사(모래) 등을 배합해 만든다. 자원을 재활용한 친환경 제품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지만, 화장품 브랜드사들도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유리용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설립된 에스엠씨지가 지금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이유다.

이날 공장을 안내한 김용배 에스엠씨지 상무는 "(원료 중) 파유리 투입 비율이 타사는 30% 내외인 반면 우리는 70% 이상"이라며 "파유리 투입량이 증가하면 재활용 비율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리용기를 만들려면 폐유리와 규사, 첨가 약품을 섞은 다음에는 액체화하는 용해과정이 필요한데, 에스엠씨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용해로 시설을 구축했다. 경쟁사가 탄소배출권이 발생하는 화석연료 용해로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리용기의 원료가 되는 폐유리. 배합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수입한 폐유리를 쏟아내고 있다.(사진=김혜란 기자)
◇글로벌 브랜드사, 파유리·전기용해로 합격점

에스엠씨지는 화장품 유리용기만을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단일사업이지만, 화장품 유리병은 다른 식품 유리병과는 달리 모양과 디자인, 형태, 두께 등이 다양하고 구현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화장품 유리용기 시장은 에스엠씨지와 함께 베르상스퍼시픽, 영일유리공업이 과점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에스엠씨지는 경쟁사에 없는 전기용해로를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처음엔 3톤짜리 소규모 용해로부터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았다. 2016년에는 기존 수동에서 자동화시설로의 전환에 나섰고 2022년 50톤 규모의 전기용해로로 증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투입됐으나 이때 투자한 덕에 2021년 글로벌 화장품 시장 1위 로레알과 존슨앤드존슨의 협력업체 공장에 등록될 수 있었다. 김 상무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협력업체로 등록되는 데는 파유리 사용량(70%)과 전기용해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글로벌 기업이 실사, 비딩(입찰)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따졌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데다 앞으로 화석연료 쓰는 시설은 증설이 불가하다"며 "더군다나 전기용해로는 회사의 노하우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해야 해 기존 업체가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용해로에서 녹인 유리물이 제병기에 자동으로 옮겨지면 제병기에 달린 로봇팔의 금형이 유리용기를 제작해 준다.
◇50톤 전기용해에서 제병까지 자동화

자동으로 배합된 원료는 이송장치를 따라 이동해 1560℃의 전기용해로에서 유리물로 녹는다. 이후 용해로에서 흘러나온 유리물은 5기의 제병기에 각각 투입된다. 중량을 자동으로 측정·계산해서 각 제병기로 분배되고, 제병기에 달린 금형에 따라 유리병 모양이 성형된다.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우잉(Blowing) 공법으로 형상을 제작한다.

이날에는 3초에 하나씩 앰플용 병이 제병기 4호기에 달린 6기의 로봇팔에서 뚝딱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를 24시간 멈추지 않고 반복하는데, 통상적으로 유리용기 디자인 하나당 200만개 이상 생산한다고 한다.

유리병 틀을 만드는 금형이 기술의 핵심이다. 입방체나 보석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모양의 향수병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금형 설계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병의 두께와 크기에 맞춰 가동속도를 조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브랜드의 유리용기 형태, 용량, 디자인에 맞춰 금형이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락인(Lock-in, 묶어두기) 효과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리용기는 서냉기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서서히 냉각하는 과정을 거쳐 굳힌다. 이후 육안검사와 반복된 검수, 치수나 규격 등을 검사하는 샘플 테스트 등을 거쳐 포장까지 완료한다.

에스엠씨지는 내년 초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상장 이후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선 탄소국경세 시행이 예정돼 있어 유리용기 대체를 검토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미 복수의 해외 브랜드사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김 상무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은 국가·지역별로 제품을 출시하고 성공하면 대규모 물량을 점차적으로 생산한다"며 "이 때문에 한 제품(유리용기)의 수명이 길고, 이는 회사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에스엠씨지에서 제작한 유리용기.(사진=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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